북풍한설이 몰아 치는 간도 벌판에서 열여섯의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가인 시할아버지 이상룡의 뒷바라지를 한 허은(1907~1997)여사, 일본인 조선 총독 암살을 시도하고 독립운동가 구출작전을 감행하다 이역만리 감옥에서 숨진 남자현(1872~1933, 대통령장 건국훈장) 여사….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한 경북출신 여성들의 면면이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과 안동독립운동기념관은 8일 안동대 국제교류관에서 ‘경북여성, 독립운동을 말하다’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역할 등을 재조명했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남편을 뒤따라 독립운동에 투신한 남 여사의 일대기가 일반인들에게 처음 공개되기도 했다. 남 여사는 중국으로 망명한 지 6년째인 1925년 사이토 마코토(齋藤實) 조선총독 주살을 위해 한반도로 잠입했고, 일송 김동삼 선생 구출작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이날 소개된 허은 여사는 조선의 명문가인 임청각의 종부로서 어린 나이에 시집와 석주 이상룡(1858~1932, 임시정부 초대국무령)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꽃다운 나이에 이역만리에서 산나물을 캐고 독립운동가들을 위해 국수를 삶으면서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독감에 걸려서도 일을 하다 죽을 끓이던 솥으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등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독립유공자로 포상된 여성은 220여명이며, 이 중 경북출신은 11명뿐이다.
이에 따라 개발원은 정부 포상 여부와 관계없이 독립에 기여한 경북의 여성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김명화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연구위원은 “장계향 선양사업에 이어 이번에 우리 지역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했다”며 “앞으로 각계각층을 대표해온 경북 여성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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