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으로부터 경주 남산을 지켜라.
경북 경주시가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재선충이 남산에서 직선거리로 20㎞까지 확산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비상대비태세에 돌입했다. 소나무는 산 자체가 거대한 노천박물관인 경주 남산의 트레이드마크. 재선충이 확산하면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산의 이미지는 추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경주시와 포항시 경계인 경주시 양남면과 안강읍 육통리 사적 제30호인 흥덕왕릉 주변에서 재선충 감염 소나무가 새로 발견됐다. 지금까지 조사 결과 양남 일대에서는 2만여 그루의 피해가 났고 흥덕왕릉 주변에서도 30여 그루가 감염된 사실이 확인돼 모두 벌목, 훈증처리했다. 경주 지역에서는 2005년 양남면과 안강읍 일대에 재선충이 발견됐으나 그 동안 집중 방역으로 소강상태를 보여왔다.
이번에 양남면에 새로 감염이 확인된 지역은 중간에 토함산 등이 있지만 직선거리로 20㎞에 불과하다. 언제 남산까지 확산할지 모른다.
경주시 정창교 산림과 담당은 “절대 있어선 안되겠지만 남산에 재선충이 번지면 그야말로 ‘재앙’이나 다름없게 된다”며 “확산 방지를 위해 문화재청에 5억원의 방제예산지원을 신청하고, 31명으로 예찰방제단을 구성해 상시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방제단은 양남 일대 감염목을 벌채, 재선충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가 우화하기 이전인 내년 4월까지 모두 훈증처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관내 송림에 대한 정기적인 예찰활동과 더불어 항공예찰 실시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5월과 10월에 포항시가 이번에 재선충이 발생한 지역에 대한 공동방제를 요청했지만 경주시가 이를 묵살, 늑장대응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당시 경주시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주환 동국대 경주캠퍼스 조경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최초 재선충 발생지는 2004년 부산 수입 목재로 부터 시작되어 전국으로 확산된 만큼 현재 재선충 발생지에서 거리와 무관하게 경주 남산 등 경주 문화재 구역으로 확산할 위험성이 높다”며 철저한 예방대책을 주문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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