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좌파적 시각에서 발간∙제작된 책자나 영화가 국군을 비하하거나 군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그간 군의 안보사안 대처가 모두 다 잘 됐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전투준비태세 강화나 군대문화의 체질 개선 등은 앞으로도 계속 추진해야 할 국방정책과제다. 하지만 문제제기 방식은 합리적이어야지 파당적이거나 선동적이어선 곤란하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서해전쟁'이나 '천안함 프로젝트'는 문제가 있다. 우선 군데군데 사실 왜곡이 발견된다. '서해전쟁'은 "박정희 정부 시절 영해법 제정 시(1977년) 서북해역 및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미언급은 NLL을 '포기'한다는 입장이 내재되어 있었다"면서, "NLL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서해에서 장기간(1953~98년) 평화가 유지된 비결"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NLL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유일하게 존재해 온 해상경계선으로 우리 군은 서북도서와 수도권 안전 보장 차원에서 NLL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확고한 대응태세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친북 편향성과 반군(反軍) 정서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서해전쟁'은 "제1차 연평해전(1999년 6월 15일)은 북한의 교전의도가 없었으나 우리 군의 과잉전력 투입과 대응으로 발생하였고, 그에 대한 북한 측의 보복으로 제2 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청해전(2009년 11월 10일)은 북한 경비정의 NLL 단순침범에 대해 우리 군이 경고사격 등의 과잉대응으로 발생했고,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은 이에 대한 북한의 보복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북해역에서 발생한 교전은 북한 경비정이 NLL을 의도적으로 침범한 이후 우리 군의 경고를 무시하고 선제공격을 자행함에 따라 발생했으며, 우리 군은 '자위권 행사'의 일환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군사력 운용을 했음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의 침범은 '단순' '평화적'이고 우리 군은 '과잉대응'했다는 식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고 균형도 잃은 것이다.
위 책의 저자는 소수 특정 인원의 인터뷰 및 언론기사 등에 근거해 논지를 전개함으로써 서북도서 해역의 북한 도발 관련 교전사례집, 당시 조사보고서, 참전 장병 진술 등 다양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제1차 연평해전 시 2함대사령관을 지낸 박 모 소장의 진술에 주로 의존해 합참의장 및 해군작전사령관 등 군내 주요 직위자의 자질문제를 거론한 것은 논쟁의 소지가 다분하다. 또 제1차 연평해전 후 "해군은 자만에 빠져 표창과 진급을 위해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만 기다렸다"거나 연평도 포격도발 시 합참이 "북한이 해안포를 쏘면 바다에 쏘기밖에 더하겠느냐"는 언급은 선정적이고 비학술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대다수 국민들이 수긍하는 정부 발표에 대해 여전히 의문점을 제기하며 국론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단순 좌초'나 '좌초 후 잠수함 충돌 및 침몰'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부정한다든가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신빙성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군은 무오류의 집단이 아니며, 국민적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다. 하지만 군은 영토 보전과 국민의 생존권 보장 등 국가 최고의 공익을 수호하는 기관으로 국민적 지지와 사랑을 먹고 산다. 따라서 애정이 없이 일방적으로 군을 폄하하거나 비난을 퍼붓는 것은 군의 사기 및 단결, 안보능력 강화는 물론 국민통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청소년들이 여과 없이 이런 작품에 노출될 경우 건전한 안보관 함양이나 민군관계 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적절한 사회적 감시와 견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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