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의 오너 3세 설윤석(32) 사장이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지고 경영권을 내려 놓았다. 설 사장은 지분이 많지 않은데다 앞으로도 경영에 복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 대한전선은 설립 이해 60년 가까이 계속되어 온 설씨 가문과의 인연을 사실상 끊게 됐다.
대한전선은 7일 "설 사장이 채권단과 협의 과정에서 자신의 경영권이 회사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 회사를 살리고 주주 이익과 종업원을 지키기 위해 과감하게 스스로 경영권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설 사장은 "선대부터 일궈온 회사를 포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며 "제가 떠나도 임직원 여러분이 마음을 다잡고 지금까지 보여준 역량과 능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전선은 1955년 창업주인 고 설경동 회장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전선 제조회사. 이후 2세인 고 설원량 회장이 사업을 물려받았으며, 2000년대초까지 단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을 정도로 건실했다.
불운은 2004년 설원량 회장이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설 사장은 23세 나이에 회사로 입사, 부랴부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를 이끌던 임종욱 전 부회장(구속) 등 전문경영인들은 사업다각화를 내세우며 무주리조트 대경기계기술 남광토건 온세텔레콤 등을 잇따라 M&A했고, 무리한 확장은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때 현금이 가장 많았다고 소문났던 대한전선이 불과 몇 년만에 이렇게 망가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2009년 5월 결국 채권단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었다. 2010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뛰어든 설 사장은 팔 수 있는 자산은 모조리 팔았다. 하지만 여전히 부채는 1조4,000억원 가량 남아 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상화 방안을 놓고 대한전선과 채권단의 갈등은 더 심화됐고, 이 과정에서 설 사장이 결국 스스로 퇴진카드를 뽑았다는 후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어머니 양귀애 전 명예회장이 지난해 초 퇴임하고 그룹 경영을 혼자 떠맡으면서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설 사장은 현재 대한전선(1.5%) 외에 대한광통신(4.1%), 대한시스템즈(53.8%) 등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미미한 지분인데다 그나마 대부분 채권단에 담보로 들어가 있어 대주주로서 실질적 지배력은 크지 않았다. 때문에 설 사장의 퇴진은 사실상 대한전선과 영원한 결별이 될 것이란 게 회사측 설명이다.
대한전선은 손관호 대표이사 회장과 강희전 사장 등 전문경영인들이 이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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