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할 때는 조심하세요. 시설비 발목 잡혀 월세 오릅니다. 돈 들여 공사하지 마세요. 건물 값 올려주고 주인 바뀝니다." 7일 서울 마포구청 앞. 한 남성이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 시위에 나섰다. 세입자 상인들로 구성된 '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 모임(이하 맘상모)'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건물 주인들의 횡포를 고발하는 퍼포먼스였다.
맘상모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권리금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월세를 올리는 대표적인 사례를 공개했다. 상가 권리금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이들에 따르면 '이상하게 예쁜 술집 뿅뿅뿅'을 운영하는 신가람(32)씨는 권리금과 시설비 등 1억여원을 투자해 일반 가정집을 개조, 지난해 12월 영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건물주는 불과 3개월 만에 신씨 몰래 건물을 팔았고, 새 건물주는 신씨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시설물을 철거한 뒤 리모델링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신씨는 "느닷없이 리모델링을 해 가게 외관과 내부 시설물이 엉망이 됐다"면서 건물주에게 수리비 등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차일피일 답변을 미루던 건물주는 얼마 전 오히려 월세를 66%나 올려달라고 했다. 그는 "건물주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가는 5년 계약 만료 후 권리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신씨는 일방적인 건물 공사로 피해를 입었다며 마포구청에 관리감독을 요청했으나 구청은 "중재 역할 외에는 다른 권한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태다.
맘상모는 건물주들의 횡포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홍익대 인근 상권이 예술적인 색채를 잃어간다고 경고했다. 맘상모 회원 김남균(40)씨는 "무섭게 치솟는 월세와 권리금 부담으로 터줏대감들이 떠나고 있다"면서 "세입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결국 '홍대'라는 문화 지도도 대부분 바뀌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들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을 통해 세입자들이 권리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지정의시민연대 관계자는 "권리금 등이 포함된 영업권을 무형의 재산권으로 제도화하거나 월세 상승을 제한하는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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