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연일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의 음원파일 공개를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핵심 인사들의 언급에는 음원파일만 공개되면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완승'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일단 새누리당 핵심인사들은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로 해석될 만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듯한 입장을 쏟아 내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7일 "대화록 삭제 여부가 계속 논란이 되고 민주당이 검찰 수사를 부인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음원파일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도 "음원 공개만이 가장 합법적이고 빠르게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음원 공개 주장의 이유를 도리어 민주당에 돌리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계속 생떼를 쓰고 온갖 발뺌을 하면"이라는 단서를 단 뒤 "민주당이 (공개하는)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삭제와 무단 방출 등을) 인정하고 무엇인가 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음원파일 공개를 요구하겠느냐는 의미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런 접근은 계산된 전략에 가깝다. 우선 민주당이 공개에 선뜻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민주당은 애초부터 정상회담 관련 자료의 무분별한 공개를 반대해 왔고, 최근엔 대화록 원본 공개를 주장했다가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로 수세에 몰려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뭔가 감출 게 있으니 공개 못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음원파일이 공개돼 명백한 NLL 포기 발언이 없더라도 새누리당은 민주당을 몰아붙일 다른 쟁점을 엮어낼 여지가 충분하다. 한 핵심당직자는 "노 전 대통령의 평소 화법과 대북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그 자체가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위원장님'으로 부르고 본인을 '저는'이라고 낮췄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거야말로 대북 저자세 외교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 의원도 "토씨를 바꿨든 내용을 바꿨든 손을 댔다는 것 자체가 조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이런 정치적 계산을 염두에 두고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음원공개를 요구하는 새누리당을 향해 "속 보이는 웃기는 짓을 그만하라"며 "새누리당은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중하고 '대화록 장사'를 중단하길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음원 공개 주장은 대화록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려는 의도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전격 공개한 대화록 전문을 통해 이미 NLL 포기 논란은 무의미해졌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검찰 수사를 통해 존재가 드러난 '봉하 이지원'의 대화록 수정본이 국정원본과 동일하다는 점에서도 NLL 포기 발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음원파일 공개는 불필요하다고 본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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