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김한길 대표의 삼고초려에도 불구하고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최종 결론을 내림으로써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빅 매치’는 불발됐다. 새누리당은 부담을 덜게 됐지만 손 고문의 출마에 기대를 걸었던 민주당은 재보선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손 고문은 7일 자신의 싱크탱크 조직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을 통해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지금은 자숙할 때이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는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 대표에게도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통보했다.
김 대표와의 4일 회동에서 불출마 뜻을 밝혔던 손 고문은 전날 김 대표가 친손계 의원들의 저녁자리를 다시 찾아왔을 때는 “시간을 갖고 생각하겠다”며 유보입장으로 선회했다. 결국 하루 밤 사이에 다시 불출마로 번복한 셈이다.
손 고문이 오락가락 행보 끝에 불출마로 결론 내린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손 고문이 애초부터 내세운 고사 이유는 ‘대선패배 연대책임론’이다. 대선패배 ‘죄인’이 된 지 1년도 안된 상태에서 정치를 재개하는 게 국민 눈에 욕심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돌아오는 길에 “당이 필요로 할 때 몸을 던져왔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납득키 어려운 이유다.
손 고문 주변에서는 오일룡 현 지역위원장에 대한 사전정리가 미흡했다는 이유도 거론하고 있다. 손 고문 측근 의원은 “김한길 대표가 나서긴 했지만 진정성에 의문이 있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선거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차기주자로 재부상할 수 있지만 자칫 서 전 대표에게 패하기라도 한다면 재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일각에서는 남북대화록 정국에서 자칫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하지만 손 고문이 불출마 결정으로 ‘선당후사(先黨後私)’라는 자신의 소신을 접었다는 점에서 정치적 타격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출마와 불출마 입장을 오락가락하면서 리더십에도 상처가 나게 생겼다.
민주당은 재보선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정권심판론으로 박근혜정부의 독주를 막고 제1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공천심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열고 오일룡 화성갑 지역위원장을 공천후보로 확정했다.
반면 손 고문에 대한 부담을 털게 된 새누리당은 화성갑은 물론 경북 포항남ㆍ울릉 두 곳의 재보선 모두 무난한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서 전 대표 측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화성에서 이젠 얼마나 압도적으로 이기느냐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고 여유를 보였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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