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회사채를 자사 증권사에 떠넘겨 자금을 조달하는 대기업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동양그룹처럼 계열사간 부실 회사채 인수와 판매는 애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운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올 들어 ㈜동양과 동양레저 등 투자부적격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50%를 인수했다. 동양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회사채 5,760억원 중 동양증권이 인수한 물량은 자그마치 절반(2,880억원)이다.
동부증권과 SK증권도 계열사 회사채 인수 비중이 30%를 넘었다. 이밖에 삼성증권의 계열사 발행 회사채 인수 물량은 25.7%, 한화증권 22.6%, HMC투자증권(현대차그룹) 22.5%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통 약 30% 안팎의 채권이 그룹 계열 증권사를 통해 인수되지만 동양처럼 자금난이 심화하면 평균치 이상의 물량을 인수해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회사채는 각 증권사 판매창구에서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 이번 동양그룹 사태 때도 5,000억원 가량의 회사채가 창구에서 개인투자자에 팔렸다.
문제는 투자부적격 계열사 회사채를 판매하면서 신용등급이나 위험도 등을 투자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급하다 보니 동양그룹처럼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전했다.
다행히 24일부터는 개정된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라 금융계열사가 투자부적격 등급의 계열사 회사채 판매를 제한 받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투자등급 BBB급 이하의 계열사 회사채 판매가 금지될 뿐 아니라 계열 증권사가 주관을 맡거나 최대 물량 인수회사로 지정되는 것도 금지한다.
당장 계열 증권사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왔던 기업들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양그룹에 증권이 없었다면 위기가 더 일찍 찾아왔을 것”이라면서 “동양증권이 다들 꺼려하는 동양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과 인수를 도맡으면서 자금을 계속 조달해왔다”고 말했다.
강수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일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계열 증권사를 통한 소매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면서 유동성 공급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부실 계열사 채권 판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불완전판매 등으로 피해를 입는 개인투자자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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