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형마트에 가면 ‘1+1행사’를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한 모를 사면 한 모를 얹어주는 두부코너에서도, 본 상품에 테이프로 작은 고추장을 얹어주는 고추장 코너에서도 1+1이나 ‘덤’행사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있다. 세탁세제의 경우 6㎏구매시 1㎏증정상품을 주거나 인스턴트 커피도 텀블러나 머그컵을 증정하는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이 또한 거의 없어졌다.
한때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심지어 동네 편의점까지 휩쓸었던 게 1+1 마케팅이다. 미국 소매점에서 시작돼 우리나라에서도 급속히 확산됐던 1+1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는 건 대체 무슨 연유일까.
1+1 축소를 시작한 건 이마트다. 올해 초 취임한 허인철 이마트 대표는 1+1이 더 이상 효율적 판촉방법이 될 수 없다고 판단, 다른 방법을 강구할 것을 실무진에 지시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1+1행사를 진행하면 당장은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신 상품을 쓰는 기간도 그만큼 길어지고 재구매율도 낮아져 유통업체와 제조업체에 장기적으로는 손해”라고 말했다.
사실 마트 입장에서 1+1이나 덤 행사는 시간과 수고가 많이 들어간다. 예컨대 행사용품을 행사용품을 테이프로 묶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이 투입되는데, 차라리 1+1을 없애 직원들의 고객응대시간을 늘리는 게 훨씬 낫다는 게 현장 얘기다.
1+1의 ‘대안’은 가격할인이다. 허인철 대표는 “소비자들은 한 가지 제품을 더 주는 것보다 원래 제품을 싸게 사기를 원한다. 따라서 1+1행사 대신 한가지 자체를 싸게 파는 쪽으로 목표를 바꿨다”고 말했다.
사실 1+1은 소비자들한테서도 더 이상 매력이 아니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처음엔 하나를 공짜로 얻는 기분에 1+1을 선호했지만, 점차 그 함정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1은 사실 충동구매심리를 부추기는 전략이다.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브랜드가 아니라도 하나를 덤으로 얻는 기분에 사도록 하는 마케팅기법인데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에 나서면서 그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합리적 소비의 핵심은 꼭 필요한 것만,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만큼 구매하는 것”이라며 “이젠 소비자들이 1+1에 쏠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1 행사를 없애고, 할인행사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결과 실제 매출상승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고추장의 경우 1+1을 하지 않고, 9,000원짜리를 6,000원대로 할인했는데, 이마트 측은 “증정품을 제공할 경우 매출은 29% 늘어나지만 증정품 대신 가격을 할인하면 34%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도 5월부터 증정 행사를 할인 행사로 대체한 결과 매출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냉동만두의 경우, 4월까진5.1% 역신장하다 덤 대신 할인행사를 시작한 5월 이후 매출이 0.6% 늘었다. 액체세제도 덤 행사 때3.2% 신장하던 것이 할인행사로 변경한 이후11.6%로 두자릿수 신장하는 효과가 있었다. 김진국 롯데마트 세제 상품기획자는 “올 4월까지만 해도 증정, 기획팩을 구성해 진행했으나 비율을 점차 줄여 8월 중순부터는 주요 품목 중심으로 할인행사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정재우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1+1행사를 진행하는 상품의 경우 잘 팔리는 상품보다 시장점유율을 올리려는 제품들이 많아 전보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상품 본연의 가치와 가격 경쟁력이 판매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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