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해도 좋다고 써주는 문서는 '승락서'가 아니라 '승낙서'입니다. 고가의 건강식품으로 노인들을 현혹하는 '떳다방'은 '떴다방'으로 쓰는 게 맞습니다."
충북 옥천군청 내부 전산망에는 이처럼 잘못 쓰기 쉬운 한글 맞춤법을 바로잡는 글이 수시로 등장한다.
재무과에서 공유재산 업무를 담당하는 정윤정(41ㆍ여ㆍ행정 7급)주무관이 올리는 글이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가 한글 맞춤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옥천읍사무소에서 민원실 업무를 보던 2005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흔히 사용하는'부락(마을)'이란 단어가 일본식 한자어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그는 공문서 용어에 어려운 한자어나 잘못 쓰이는 우리말이 허다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회계연도'를 '회계년도'로 잘못 쓰는 건 예사이고 '계약을 맺었다'처럼 중복된 표현도 많았어요. 그냥 '밭농사'라고 하면 될 것을 '전작(田作)'이란 일본식 용어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문서를 작성할 때 습관적으로 한글 맞춤법 검색 기능을 활용했다. 또 국어 교육 인터넷사이트인 '우리말 배움터'를 이용해 올바른 맞춤법을 하나 둘 익혔다. 전문가 못지않은 국어 실력을 갖추게 된 그는 공문이나 각종 서류를 보다가 잘못 표현된 문구를 발견하면 군청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전산망을 통해 바른 표기법을 알리기 시작했다. 공유재산 서류에서 '입찰에 부친다'를 '입찰에 붙인다'로 잘못 표기된 부분을 찾아내 정정을 요청한 일도 있다.
처음에는 동료의 실수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공문서를 올바르게 작성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지금은 내부전산망에 뜨는 그의 글이 직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요즘 공직사회에서 '랜드마크' '어메너티' '스토리텔링'같은 외국어가 판을 치고 있는 데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스폿광고'대신 '토막광고', '옵션'대신 '선택사항' 등으로 관행화된 행정용어를 쉽고 편한 우리말로 어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공무원 생활 20년째를 맞은 그는 "행정기관에서 우리 말과 글을 잘못 쓰거나 일본어 찌꺼기를 여과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면서 "한글을 바로 쓰는 일에 공무원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옥천=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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