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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같았던 젊은 시절… 이젠 무대에서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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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같았던 젊은 시절… 이젠 무대에서 자유로워졌다"

입력
2013.10.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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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는 연주 경력의 60대 바이올린 여제가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말은 "관객에게 정말 고맙다"였다. "내 혼 속에 있는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고 "젊은 시절과 달리 무대에서 자유로워졌다"는 말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11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을 독주회를 앞두고 7일 간담회에 참석한 정경화(65)씨는 "이런 간담회 자리가 오리라 생각도 못했다"며 "살아 있는 기적의 결정체"라고 자신을 표현했다.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5년 간 무대를 떠났던 그는 2011년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시작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올해는 지난 5월 일본 4개 도시에서 공연한 데 이어 18일부터 중화권 7개 도시를 돌고 국내에서는 서울, 고양 등 4개 도시에서 독주회를 연다. 일본은 15년 만에, 중국은 11년 만에 처음 서는 무대다. 그는 "1970년 한국인 중 처음으로 음반사 데카에서 첫 음반을 발매했을 때 같은 동양인으로서 함께 기뻐해 줬던 팬들을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마 옛 팬들이 '이 고물이 어떤 연주를 할까' 하는 호기심으로 오겠죠?"(웃음)

그가 이번 공연 일정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케빈 케너라는 훌륭한 연주 파트너를 만난 후 처음 여는 독주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년 6개월 간 각종 음악 축제와 자선 음악회에서 호흡을 맞춰 온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에 대해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잘 맞는 연주 파트너를 찾는 일은 천생 연분의 배필을 만나는 것만큼 어렵다"고 강조했다. "1977년 라두 루푸와 함께 연주한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89년 크리스티안 짐머만과 호흡을 맞춘 슈트라우스와 레스피기의 음반이 아직까지 명반으로 기억되고 음악적으로 그들을 존경하지만 그들과 떨어져 다른 별에 살고 싶을 만큼 연주 과정은 힘들었어요. 하지만 겸손한 성품의 케빈 케너와는 슈베르트, 슈만, 베토벤 등 다양한 레퍼토리에 함께 도전하며 우리만의 음악 언어를 발굴해 보고 싶은 욕심이 들어요."

그는 "음악적으로 타협하지 않으려 지휘자와도 자주 싸워 '사나운 여성'(dragon lady)으로 악명이 높았다" 고 젊은 시절을 회고했다. 그런 그가 "늘 염려 속에 무대에 섰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얻었다"고 한다. 특히 정씨는 연주 기량 역시 전성기 못지 않다고 자신한다. "사실 연주자인 나는 전달자일 뿐이지, 중요한 사람은 작곡가죠. 내가 작곡가의 의도를 어떻게 청중에게 전할 것인가가 관건이죠. 테크닉 면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무엇보다 음악적으로 나는 계속 전성기를 향해 걸어가고 있어요."

달라진 마음가짐은 자연히 레퍼토리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에서 연주할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작곡가가 노년에 쓴 곡이다. 쓸쓸한 화음과 우수가 가득한 곡으로 "연륜이 쌓이면서 이제야 마음에 와 닿은 '성숙한' 곡"이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과 포레의 소나타 1번도 함께 연주한다.

그는 "내 정열은 팔팔 살아있다"고 거듭 밝혔다. 올 초부터는 비올라도 배우고 있다. "어릴 때는 고음에 매료됐다가 갑자기 저음에 미쳐서 하루아침에 악기를 스트라디바리우스에서 과리네리로 바꾼 적이 있어요. 그런데 또 지금은 중간 화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요즘은 바이올린만으로도 벅차 비올라에 매달리지 못하지만."

올해 한ㆍ중ㆍ일 3국 공연을 마친 후 내년 가을쯤에는 1970년 유럽 데뷔 무대를 가진 영국을 포함해 연주 복귀를 알리는 유럽 공연을 열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바이올린을 건드리지도 못했던 지난 몇 년을 생각하면 무대에 서는 그 자체로 감사하는 마음뿐이에요. 무대에 서면 청중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거든요. 아마 유럽에도 절 기다리는 팬 많이 있겠죠? "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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