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A학교는 전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면서 영어권 원어민 교사가 영어 외에 수학ㆍ과학 등도 강의하고 있다. 한국인 교사는 제2외국어인 중국어, 음악 등의 과목만 담당하고 있다. 이 학교의 연간 수업료(고교 과정 기준)는 1,200만원에 입학금이 600만원. 여기에다 기숙사비와 급식비를 더하면 학생이 연간 부담해야 할 금액이 총 2,400만원에 달한다. 웬만한 사립대 의대 연간 등록금의 2배 수준이다.
충북 음성군 B학교도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국어ㆍ국사ㆍ예체능 등의 과목을 제외하면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며 미국 교과서를 교재로 활용한다. 강사진은 원어민 교사나 유학 경력의 한국인 교사로 구성돼 있다. 학생 부담금은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을 더하면 연간 1,440만원이다.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귀족학교'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비등한 가운데 실제 대부분 미인가 대안학교가 '국제 교육'을 명분으로 영어ㆍ입시 교육에 몰두하면서 고액 유학학원으로 편법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6일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전국 미인가 대안학교 현황에 따르면 미인가 대안학교 185곳의 연간 학생부담금(입학금, 수업료, 기숙사비, 급식비 등)은 평균 758만5,000원이었다. 이 중 연간 부담금이 1,000만원 이상인 학교는 31곳이었고 연간 2,882만원까지 부담해야 하는 곳도 있었다.
연간 부담금 1,000만원 이상인 미인가 대안학교 31곳 중 19곳이 설립 목적으로 국제 교육이나 종교ㆍ선교 등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다문화가정, 탈북학생, 미혼모를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의 상당수는 수업료가 없거나 연간 부담금이 250만원 미만이었다. 공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대안학교의 설립은 필요하지만 대학등록금 수준의 고액 수업료를 받아 유학을 준비하는 대안학교들이 난립할 경우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귀족학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미인가 대안학교의 운영 주체 중 46곳(24.8%)만이 비영리법인이나 평생교육시설, 사회복지시설 등이었지만 나머지 139곳(75.2%)은 미등록 시설로 분류됐다. 이에 교육당국이 교원ㆍ교과 과정 등에 대한 관리는 물론 시설 안전 등에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윤 의원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인가 대안학교가 명문대 진학과 외국 유학을 위한 고액 사설학원으로 편법 운영되고 있다"며 "교육당국이 등록제 등을 도입해 지속적으로 관리ㆍ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