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경무관과 총경을 수십 명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부처 간 협의를 끝내고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돼 경찰 창설 이래 전례가 드문 대규모 고위직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마지막 고비인 국회 통과를 낙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6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무관과 총경 자리 확대는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매년 4,000명씩 5년간 경찰인력 2만명 증원'에 맞춰 올 상반기부터 추진됐다. 현재 10만2,000명 가량인 경찰이 5년간 무려 20% 가까이 늘어나는 만큼 지휘관도 늘어나야 한다는 게 경찰 측 논리다.
경찰은 일반직 3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경무관을 약 10명, 4급인 총경을 수십 명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무관과 총경 정원은 각각 38명, 466명이다.
경찰은 늘어나는 경무관을 치안감이 청장인 지방경찰청에 부장 자리를 만들어 임명하거나 경무관 서장 자리에 앉힐 예정이다. 현재 경무관이 서장을 맡고 있는 경찰서는 수원남부ㆍ분당ㆍ창원중부경찰서 3곳으로 올해 말 충북 흥덕ㆍ전주 완산경찰서가 추가될 예정이며, 관할 인구가 많은 서울 송파서 등도 경무관 서장 경찰서로 추가 거론되고 있다.
경무관이 확충될 경우 본청에도 한 자리 추가가 유력하다. 본청에선 대통령령인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에 없는 수사기획관과 공감치안구현단장 자리를 임시로 운영하고 있다. 경찰은 둘 중 한 자리를 정식 직제로 만들거나, 급증하는 사이버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국 소속인 사이버수사대를 경무관이 국장인 사이버수사국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늘어나는 총경으로는 역시 직제에 없지만 본청에서 임시로 만든 교육운영과장, 범죄정보과장 등 총경 직급 자리를 채우거나 새로 설립할 경찰서 등에 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이 같은 구상을 담은 2014년도 예산안은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 심의를 통과, 정부 예산안에 포함돼 국회로 넘어갔다. 내년 경찰 예산안은 인건비 증가분 등을 포함해 올해보다 5,562억원이 증가한 8조8,346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상급기관인 안전행정부와 기획재정부가 경찰 고위직 자리 확대의 필요성을 인정해 정부 예산안에는 반영됐지만, 국회의 예산안 심사를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지난해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수사의 축소ㆍ은폐와 관련해 김용판 전 경찰청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데다 경찰이 자성 및 개선 노력도 하지 않고 있어 야당 측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대통령령 개정을 위해서는 국무회의를 거쳐야 하는데 내년도 예산 및 조직 축소가 기조인 타 부처에서 견제에 나설 소지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효율적인 조직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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