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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이전 9년, 지금 평택은] (상) 엇갈리는 기대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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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이전 9년, 지금 평택은] (상) 엇갈리는 기대와 전망

입력
2013.10.0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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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국회에서 '용산기지 이전협정 비준동의안'이 가결돼 전국 미군기지의 경기 평택시 이전 사업이 시작된 지 9년째. 평택은 이 과정에서 '대추리 사태'로 불리는 극심한 진통을 겪었고, 이제 미군기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이전 추진이 당초 계획보다 3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평택 미군기지 주변에 드리운 그늘과 주민들의 현재 모습 등을 3회에 걸쳐 조명한다.

1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안성천변. 주민들이 '황새울'로 부르던 너른 들판은 높다란 펜스에 둘러싸여 있었다. 미군기지 출입구로는 대형 화물차들이 오갔다. 골조 공사를 끝내고 제 모습을 갖춰가는 건물들이 펜스 너머로 솟아 있었다.

평택 미군기지 기공식이 열린 2007년 11월 이후 기지 주변에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대형 평수의 렌트 하우스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특히 캠프 험프리 정문인 안정리 게이트 앞 거리에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한 집 건너 하나일 정도로 몰려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안정리에만 30여 곳, 팽성읍 전체에는 약 100곳이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공사 면적은 약 970만㎡, 여기에 기존 캠프 험프리까지 합치면 1,400만여㎡에 이른다. 단일 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데다, 거주 인원도 4만4,000명에 이를 예정이다. 주민들은 이 어마어마한 시장을 잡기 위해 용산 미군기지 일대 업자들이 대거 평택으로 몰려왔다고 전한다. 평택 출신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47)씨는 "미군기지 이전이 발표된 뒤 외지인들이 렌트 하우스 사업을 하러 많이 왔지만 이전이 지연되며 비어 있는 방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나마 지금은 기지 공사 근로자들이 많이 살지만 이들마저 떠나면 정말 문제"라고 말했다.

안정리 등 팽성읍 일대에서는 여전히 렌트 하우스들이 신축되고 있다. 미군 규정 상 임대 승인이 어려운 오피스텔을 미군 임대용 고수익 오피스텔로 분양하는 광고가 나오는 등 부동산 열기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반면 1, 2층까지만 올라가다 멈춘 흉물스러운 집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땅값이 오른 상태에서 시작했다가 기지 이전이 지연되면서 사업성이 떨어져 공사가 중단된 것이다. 미군기지 주변 상업지역 땅값은 10년 전 평(3.3㎡)당 200만~300만원이었으나, 2004년 미군기지 이전 발표와 안정리 뉴타운 사업 등의 영향으로 서너 배 올랐다. 주거지역의 땅값도 상승폭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타운 사업이 2011년 초 백지화됐지만 땅값은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땅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들은 역시 외지 투기세력이다.

평택 미군기지 안에 극장 카페 학교 등 거의 모든 시설이 갖춰지는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유로 미군에 땅을 내줬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다. 평택시 관계자는 "영내에 웬만한 시설이 다 있어도 밖에서 살거나 영외 출입을 하는 미군들이 있어 경제적으로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상인 이모(45)씨는 "부대 안 근무자 얘기를 들어보면 여자 나오는 술집 빼고 다 있다는데, 나중에는 접대부 있는 술집만 살아남는 게 아닐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는 더 있다. 미군이 영외로 나와 소비를 하면 지역경제는 살아나겠지만, 미군 범죄가 발생할 여지는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팽성읍 토박이 임모(45)씨는 "땅값 올랐다고 좋아하는 이들이 더러 있어도 상당수 주민은 기지 확장이 못마땅하다"며 "나 역시 당장은 이사할 돈이 없지만 아이들 교육 문제가 마음에 걸려 항상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시민단체들은 기지 완공 이후 피해를 우려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미군 주둔으로 인한 문제는 이념이 아닌 정의의 문제"라며 "의정부, 동두천 등 경기 북부만 봐도 미군 범죄 피해 사례가 속출했는데 평택 기지는 그곳 기지들보다 훨씬 더 커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평택=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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