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이 제기됐을 때와 사뭇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황 장관은 지난 4일 첫 보도된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이미 종결된 의혹을 새로운 의혹인 것처럼 제기한 것은 유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를 두고 채 총장 사태 때와 달리 황 장관이 자신에게만 관대한 이중 잣대로 의혹을 피해 가려 한다는 지적이 높다.
채 전 총장의 경우 혼외 아들의 어머니로 지목된 임모씨가 의혹을 부인한 반면, 황 장관의 경우 금품을 직접 건넸다는 K씨의 진술이 나왔다. 뇌물 등 사건에서는 금품 공여자의 진술만으로도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된 사례가 적지 않다. 그만큼 유력한 증거라는 얘기다.
황 장관은 정황증거들만으로 의혹이 제기된 채 전 총장에 대해서는 "신속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국가의 중요한 사정기관 책임자의 도덕성 논란을 방치할 수 없다"며 사상 초유의 감찰을 지시했다. 반면 본인 사건에서는 직접 진술이 나왔는데도 "사실무근"이라며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황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채 전 총장 감찰 지시 논란에 대해 "총장이 억울한 일이 있으면 스스로 밝히면 된다"며 "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 저 스스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불과 며칠 전 일이다.
황 장관이 "특검 수사를 통해 (금품수수 의혹이) 전혀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한 것도 법률가로서 적절한 해명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내사를 종결한 데는 공소시효 만료 등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것만으로 사건의 실체까지 재단하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마치 자신이 수사를 해서 내린 결론처럼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특검 쪽에서 피의사실을 유출했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황 장관의 금품수수 의혹이 14년 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한참 지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채 전 총장 관련 의혹 역시 징계시효가 지났는데도 감찰을 강행했다. 그는 당시 "(징계시효와 상관없이) 품위손상은 징계 사유"라고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두 사안을 단순 비교하면 공직 수행에 있어서 사생활 논란보다는 금품수수 의혹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황 장관이 무겁게 경청해야 할 부분이다. 더구나 황 장관은 직무 그 자체인 수사의 대상자로부터 금품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이 정당하다면 장관 역시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에 그치지 말고 감찰을 받는 게 타당하다"는 법조계 안팎의 지적에 황 장관은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남상욱 사회부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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