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 포로수용소에서 네덜란드인 여성 35명을 강제 연행해 일본군 위안부로 삼았다는 내용이 기록된 공문서가 6일 공개됐다. 이 자료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 연행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근거가 된 것으로, 문서의 존재 사실은 알려졌으나 실제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국립공문서관은 이날 고베(新戶)시 시민단체의 정보 청구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의 자료명은 'BC급(네덜란드 재판 관계) 바타비아 재판, 106호 사건'이다. 문서에는 1947년 인도네시아 바타비아에서 열린 네덜란드 임시 군법회의(BC급 전범법정)에서 구 일본군 전 중장(징역 12년), 전 소좌(사형) 등 장교 5명과 민간인 4명을 강간죄 등으로 유죄 판결한 법정의 기소장, 판결문 등 재판 기록과 재판 후 장교를 심문 조사한 결과가 포함돼 있다.
판결문에는 일본군 전 중장이 1944년 인도네시아 자바섬 스마랑주의 억류소에 수용돼있던 네덜란드인 여성을 위안소 4곳으로 연행했고, 이 곳에서 협박과 매춘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적혀있다. 판결문에는 또 "일본군이 스마랑주 경찰서장에게 유녀옥(遊女屋)용의 여자를 억류소에서 선출하도록 의뢰했다" "부녀는 XX(장교의 이름)의 요청에 의해 스마랑주의 공무원이 데리고 나갔다" "여자들은 유녀옥으로 들어갈 때까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듣지 못했다"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고노 전 관방장관은 530장에 달하는 이 문서를 토대로 1993년 고노 담화를 작성했으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정부가 발견한 자료에는 군,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위안부 강제동원을 발뺌해 왔다. 그는 오히려 "고노 담화가 엉터리로 작성된 것"이라며 수정할 의사를 밝혀, 이 문서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됐다. 우익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시장도 아베 총리의 발언을 토대로,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고 고노 담화의 수정 필요성을 주장해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판결문에는 일본군이 매춘을 시킬 목적으로 여성들을 위안소로 연행, 협박 등으로 매춘을 강요한 내용이 명시돼있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정보를 공개한 법무성 사법법제부는 "오래된 자료이기 때문에 작성의 경위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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