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갈등의 원인을 파고 들어가면 신고리원자력발전소 3호기가 나온다. 고질적 전력난, 특히 내년 여름 블랙아웃사태를 막으려면 현재 건설중인 신고리 3호기가 제 때 가동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신고리 3호기~경남 창녕군 북경남변전소(공사구간 90.5㎞)에 이르는 송전선로건설이 더 이상 늦어선 안된다는 게 한전의 판단이다. 신고리3호기는 설비용량이 140만㎾나 되는 초대형 발전소다.
그런데 이 신고리3호기의 가동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밀양사태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고리 3호기에도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전력ㆍ계측ㆍ제어케이블이 설치된 사실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올해 12월 말이었던 준공시점은 내년 3월, 내년 8월로 연거푸 미뤄졌다. 한 원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신고리 3호기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솔직히 밀양이 아니라 원전비리다"고 말했다.
관건은 다음달 말 나올 예정인 해당부품의 재시험 결과다. '합격'을 받을 경우 예정대로 내년 8월 상업운전개시가 가능하지만, '불합격'이 나오면 부품교체와 기기검증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신고리 3호기 준공은 2015년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 이 경우 공권력까지 동원한 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강행은 명분을 잃게 되고, 밀양은 더 큰 갈등의 회오리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한전은 일단 테스트결과와 관계없이, 신고리 3호기의 8월 준공을 전제로 송전탑공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 한전 관계자는 "내년 3월까진 송전선로 연결을 마쳐야 한다. 8개월 정도 걸리는 송전탑 공사기간을 감안하면 지금도 이미 많이 늦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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