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출총제의 저주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출총제의 저주인가

입력
2013.10.06 18:36
0 0

2007년 1월 동양그룹은 한일합섬을 3,7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동양은 핵심계열사의 지분 매각을 추진할 정도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패션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 확장을 결정한다. 계약 체결 당시 동양은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대상 기업이었다. 2006년 말 동양의 자산은 총 9조9,675억원으로 출총제 적용 기준인 6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동양이 출자를 할 수 있는 한도는 순자산(자산-부채)의 25%, 즉 4,700억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출총제 허용한도를 거의 채우게 돼 한일합섬 이후 계열사 추가인수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해 4월 출총제의 적용대상 기업집단의 기준이 자산 10조원, 적용대상기업은 2조원으로 올라가고 출자한도도 25%에서 40%로 상향 조정되는 등 규제가 완화됐으며, 2009년 3월에는 완전 폐지된다. 이런 규제 완화를 틈타 동양그룹은 확장을 계속했으며, 결국 출총제 규제 당시보다 계열사가 두 배나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동양은 부채비율이 325%에 달하는 동양메이저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차입을 해 인수자금을 마련했으며, 이런 무리한 인수가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총제가 대기업의 투자의지를 꺾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무리한 인수합병을 막는 견제장치 역할을 했던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웅진과 STX에 이어 동양그룹까지 붕괴 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몸집불리기에 제동장치가 됐던 출총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기업 모두 출총제가 사실상 사라진 2007년 이후 계열사가 급속도로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이 기업들의 위기가 '출총제의 저주'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그룹의 계열사는 2006년 말 16개에서 현재 34개로 5년 사이 두배 이상 증가했다. 2007년 4월 출총제가 대폭 완화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시점을 전후로 계열사 확장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룹 전체 부채비율은 1,000% 이상으로 급증했다. STX와 웅진 역시 2006년 말부터 2011년 말까지 계열사가 각각 10개에서 27개, 14개에서 32개로 늘어났다. 두 회사는 무리한 확장의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올 들어 구조조정에 착수하며 다시 계열사 수가 줄고 있다.

동양의 경우 순환출자를 통해 계열사를 확장했다. 공정위가 62개 그룹의 2008년 이후 새로 만들어진 순환출자를 조사한 결과 총 69개 가운데 14개가 동양그룹의 순환출자였다. 문창호 한국신용평가사 본부장은 "동양은 부족한 자금력과 적은 지분으로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복잡한 순환출자고리가 형성됐고, 차입으로 출자금을 마련한 연결고리 회사는 이자부담이 누적됐다"고 분석했다. 동양그룹 현재현 총수의 전체 지분율은 0.7%, 총수일가 합쳐도 1.38% 불과하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출총제는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제도였던 만큼 폐지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다는 폐지 이후 이를 대신한 새로운 사후 규제를 마련하지 못한 채 폐지만 서두른 것이 화근이 됐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