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질환을 갖고 태어난 미숙아에 대해 제때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아 실명케 한 대학병원이 억대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9부(부장 강민구)는 A(5)군과 부모가 원광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의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에게 총 1억5,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2008년 4월 임신 28주차에 미숙아로 태어난 A군은 생후 4주째 원광대병원에서 망막 중심부분(Zone Ⅰ)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일주일 만에 첫 수술을 했다. 병원 측은 6월 3일과 12일 두 차례 검사에서 나아지는 듯했던 A군의 병세가 같은 달 13일 검사 결과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나오자 A군을 서울대병원으로 보냈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친 탓에 A군은 양쪽 눈의 시력을 100% 잃었고, A군 부모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병원 측의 과실 또는 부실한 환자 관리가 원인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으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미 2000년대 초반의 의학 교과서에 (A군과 같은 병이) 매우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며 "병원 측이 (수술 직후) 훨씬 짧은 간격으로 안전검사를 했어야 하는데 이를 게을리 해 추가 치료를 적시에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됐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6월 3일과 12일의 검사 결과가 동일했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시행한 13일 검사에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점에 대해 "12일에 검사를 했다는 의료진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며 진료기록 조작 가능성을 언급했다.
병원 측은 "미숙아 망막병증에 대한 적당한 검사 간격은 특별한 기준이 없고 검사 자체가 환아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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