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김기춘(74) 전 법무장관이 청와대 비서실장에 기용된 데 이어 최근 홍사덕(70) 전 새누리당 의원이 민간통일기구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에 선임됐다. 서청원(70)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달 30일의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됐다. 그가 당선될 경우 가장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가 되리란 관측까지 벌써 나돈다. 하지만 이들의 재등장을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과 연결 지은, '올드보이들의 귀환'이라는 세간의 비아냥도 만만찮다.
■ 박 대통령의 올드보이 중용은 인연이 오랜 사람을 중시하는 특유의 인사 스타일에서 비롯했다. 이념적 동질성이 크고, 충성심도 상대적으로 강한 데다 과거의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에 익숙한 측면까지 있어 두터운 신임을 받기 십상이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의 사퇴 과정에서 '항명'엇비슷한 사태를 경험한 박 대통령이 참신한 신진 인사보다는 믿을 만한 원로들을 가까이에 두어 리더십 강화를 꾀한다는 분석이 많다.
■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주석이 유명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주창한 것은 1979년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였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이니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국민을 잘 먹고 잘 살게 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뜻이 명확했다. 이후 중국 개혁ㆍ개방 정책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비약적 경제발전을 거듭하면서 그 효용이 실증된 중국식 시장경제의 핵심을 짚은 말이다.
■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이에 빗대면 '노묘소묘(老猫少猫)'쯤이 될듯하다. 여권 핵심이 너무 원로급으로 채워진다는 지적에 적어도 박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 자세다. 올드보이라도 국민을 위한 정치만 제대로 펼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인 듯하다. 문제는 충성심 강한 올드보이일수록 윗사람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내놓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통과 화합의 약속과 어떻게 아귀를 맞출지도 의문이다. 늙은 고양이들이 제대로 쥐를 잡지 못한다면 남을 것은 보은 정치란 비판뿐이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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