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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언어 정책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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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언어 정책 엿본다

입력
2013.10.0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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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영국의 작은 마을 튜브룩에서 영국 최초의 마을 신문 '튜브룩 뷰글'이 창간됐다. 이 신문의 특징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쓴 기사였다. 신문은 공공기관이 보낸 어려운 문서의 내용을 쉬운 말로 풀어 이웃에게 전달하는 한편 정부에 쉬운 말을 쓰라고 요구하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실었다. 튜브룩 뷰글을 창간한 크리시 마허는 복지수당을 받아야 할 가난한 이들이 정부가 보낸 관련 서류조차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분개해 이 신문을 만들었다.

40년이 흐른 현재도 영국의 쉬운 언어 운동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더 큰 도전에 직면했다.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화로 인해 언어가 섞이고 오염되고 멸종 위기에 처한 것. 한글문화연대는 7일 자국어 보호 및 쉬운 언어 사용을 주제로 프레스센터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한글날이 23년 만에 공휴일로 재지정된 것을 기념하는 이 행사는 한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의 언어 정책 관계자들을 초빙, 각 나라가 당면한 언어 위기와 추진해 온 정책에 대해 공유하고 언어 사용의 바른 길을 모색한다.

자국어 사랑이 남다른 프랑스는 학계 내 자국어 사용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논한다. 영어 이외의 언어로 작성된 연구 결과물이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프랑스 대학들이 일부 기초 학문 강의에서 자국어를 쓰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자인 프랑스언어총국(DGLFLF) 내 언어의 풍부화와 발달 부서 책임자인 베네딕트 마다니에는 인터넷을 통해 영미 어휘가 무섭게 확산되는 현상을 지적하며 "신어의 범람은 언어의 정확성을 저하시켜 역설적으로 언어의 약화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화에 동참하는 방법은 자국어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국어가 새로운 현상들을 모호함 없이 담을 수 있도록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경우 외국어의 범람과 방언 소멸 등이 해결 과제로 논의된다. 이상규 경북대 교수는 정부가 언어 통합 정책을 시행하면서 건강한 조어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방언을 억제, 한국어의 자체 생존력이 매우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외국어의 한글 표기를 무제한 허용하는 바람에 한자어와 외국어가 범람, 이는 또 다시 영어를 습득하기 쉬운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의 언어 차이로 이어져 사회 구성원 간 소통을 해친다고 지적한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행사에 앞서 "쉬운 언어는 개인의 알 권리라는 측면에서 인권의 영역이자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점에서 주권이기도 하다"며 "지식을 생산하고 지혜를 쌓는 데 우리말을 사용하기 어렵다면 공동체의 정체성이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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