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 관계를 악용한 이른바 '밀어내기' 영업으로 물의를 빚었던 남양유업이 대리점주에게 피해액 전액을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오규희 판사는 박모(34)씨가 남양유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에서 "박씨에게 2,086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박씨는 2011년 9월 남양유업과 대리점 계약을 맺고 영업을 하던 중 지난해 7월 본래 주문한 648만원의 3배에 달하는 1,930만원 상당의 제품을 강제로 떠 안았고, 초과공급분 대부분을 팔지 못하고 폐기해 1,200만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 경영난에 시달리다 대리점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박씨는 "대리점 계약 당시 남양유업에 지급한 냉장ㆍ운반장비 보증금 등 800만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밀어내기 피해금액과 함께 총 2,086만원의 소송을 냈다.
남양유업은 이에 대해 "초과공급량이 박씨의 주장만큼 많지 않다"면서도 "정확한 피해액의 입증 책임은 박씨에게 있다"고 주장해 왔다. 보증금에 대해서는 "박씨가 장비의 수량을 확인해 후임자에게 인계해야 내줄 수 있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남양유업이 제품 납품기록이 담긴 전산 발주 프로그램 '팜스21' 기록을 제출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대해 "최근 폐기했다"며 따르지 않자, 재판부는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손해액 산정을 위한 기초자료가 남양유업에 편중돼 있는 상황에서 (원고가 입증하라는) 형식적 입증 책임만 내세워서는 안 된다"며 "남양유업이 프로그램 내역을 제출하지 않고 있으므로 박씨의 손해액이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팜스21은 대리점주가 최초 주문량을 볼 수 없도록 돼 있어 '설계 당시부터 밀어내기를 염두에 둔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보증금과 관련해 "대리점 계약 시 받은 인수인계 내역서에는 대여장비의 구체적 수량조차 기재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 후 "대리점 운영을 위한 일종의 권리금으로 해석되는 만큼 계약이 끝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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