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당시 철거민 농성 진압을 지휘했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주주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서면결의 형태로 주주총회를 열어 김 전 청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국토부가 임명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재가하면 김 전 청장은 임기 3년의 사장에 취임한다.
김 전 청장에 대한 논란은 전문성과 도덕성 양쪽에 걸쳐있다. 우선 경찰 경력만 30년인 그가 공항공사 업무와 관련해 가졌을 만한 전문성이 없다. 공항공사는 김포 김해 제주 등 전국 14개 지방공항을 통합 관리ㆍ운영하는 공기업이다. 적자에 시달리는 지방공항 운영과 항공교통 발전, 공항서비스 개선 등의 현안이 숱하다. 전문성과 비전을 갖추지 못한 그에게 이런 문제의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전문가와 낙하산 배제를 공기업 인사의 원칙으로 삼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인사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따른 용산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김 전 청장에게 도덕성 논란이 꼬리표처럼 붙어 있음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형사처벌은 면했다고 도덕적 책임까지 벗은 것은 아니다. 게다가 김 전 청장은 이명박 정부가 보은 차원에서 마련해 준 주 오사카 총영사를, 총선 출마를 이유로 8개월 만에 내던지고 귀국한 사람이다. 당시 경솔한 처신과 몰염치한 행위라는 비난이 쏟아져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가 낙선했다.
이런 사람을 굳이 공기업 사장 자리에 앉히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일각에서는 김 전 청장이 영남대를 졸업하고 영남대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라는 점을 들어 영남대 전 이사장인 박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들기도 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실인사라는 국민적 비난만 살 뿐이다. 지난 정부의 일로 현 정부가 공연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필요가 없다. 무리한 임명 강행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도덕성'에도 흠집을 남기기 쉽다.
김 전 청장은 스스로 후보를 사퇴하고, 정부도 불필요한 갈등의 소지를 만드는 대신 다른적임자를 찾는 게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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