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부고속도로의 교통체증을 덜기 위한 제2 경부고속도로를 민자로 건설할 방침을 세우고 내년부터 본격 사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경기 구리와 충남 세종시를 잇는 총연장 129km의 제2 경부고속도로는 약 7조원의 건설 자금이 소요되는 국가적 사회간접자본(SOC)이다. 5년 전에 실시한 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재정 부담이 워낙 커서 그 동안 사업 추진이 미뤄져 왔다. 그러나 최근 세종시의 공공청사 입주와 경부고속도로 서울ㆍ안성 구간의 상습적 교통정체 심화로 사업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사업추진을 서두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활용도가 높은 교통망을 민자사업에 맡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는 여러 차례 확인됐다. 인천공항고속도로나 우면산 터널 사례 등에서 보듯, 수요예측이 어긋날 경우 민간사업자의 최소 수익보장을 위해 장기간 막대한 손실보전 비용을 지불해야 하다. 지난 10년 간 민자 SOC사업의 수익 보전을 위해 쏟아 부은 세금만 2조원이 넘는다. 한결같이 최종적으로는 국민 전체가 떠안게 되는 부담이다. 거꾸로 민간사업자가 흑자를 누릴 경우에도 적정 요금과 과다 요금의 차이는 결국 국민 부담이 된다. 국민 주머니에서 더 많은 돈을 털어 민자사업자의 배를 불려주는 꼴이다. 민자사업 수익의 해외 유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정부의 민자건설 방침이 복지예산 등의 증가로 재정투자 사업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기 어려워 재정부담이 적은 민간투자사업으로 바꾸게 된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국가적 인프라인 제2 경부고속도로를 민자사업에 맡길 경우의 부작용을 생각하면 예산 부족이나 확보 어려움을 이유로 민자사업으로 돌릴 게 아니다. 필요하다면 적자 국채라도 발행할 각오로 최대한 많은 부분을 재정으로 막을 각오를 해서 마땅하다. 국제적으로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리라는 전망과도 그게 더 잘 어울린다. 당장 돈 들어가는 게 두렵고, 국민 앞에 설명해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
다고 정부가 미래세대에 더 큰 부담을 떠넘기려는 꾀를 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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