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들렀다. 음료수 몇 개를 카운터에 올려놓고 보니, 나이 어린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막 한 줄 김밥을 뜯은 참이었다. 한산한 때를 틈타 늦은 점심을 해결하려는 모양이었다. 당황하는 눈빛이 살짝 스쳤지만 그녀는 그대로 김밥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먹으며 바코드를 찍었고, 또 하나를 집어먹으며 돈을 받았다. 그때 편의점 문에 달린 종이 달랑거리고 몇 명의 손님이 연이어 들어왔다. 그녀는 마음이 급해졌던 것 같다. 빨리 먹어 치우려는 듯 이번에는 김밥 두 개를 입 속에 밀어 넣고 내게 거스름돈을 건네며, 미어터지는 입을 우물우물 열었다. "혀음여수즈 해드여요?" 아, 현금영수증. 보통은 해달라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자리를 빨리 피해주어야겠다 싶어 괜찮다고 하는데, 뒤에서 쯧쯧 가볍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힐끗 보니 양복을 입은 노신사였다. 물 한 병 사러 와서 오지랖 넓게 그 이상 잔소리를 늘어놓지는 않았지만, 손님이 드나드는 자리에서 밥을 먹는 것이나 음식물을 입에 잔뜩 넣고 말을 하는 것이나 마뜩찮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르바이트생 역시 눈치를 챈 듯 먹던 김밥을 슬그머니 밑으로 치워버렸다. 물건을 계산하려는 손님들은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허기를 면하는 데는 5분이면 족할 텐데, 아무래도 그 5분이 쉽게 날 것 같지 않았다. 최근 결성되었다는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이 떠올랐다. 이 어려운 5분들을 향한 마음이 첩첩 쌓인 자리일 것 같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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