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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0월 7일] 미국에 인질 잡힌 세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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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0월 7일] 미국에 인질 잡힌 세계경제

입력
2013.10.0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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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도 위기 이후 미국은 4조 달러 이상의 자본을 투입하고 자산가격 안정을 위해 이례적인 정책을 내 놓았지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마저 여의치 않게 되면서 미 정부 폐쇄로 표출된 현재의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국익우선의 폐쇄적 민주정치 과정으로 인해 문제해결 구도는 실종상태이다. 글로벌 금융체제의 핵심부분에서 전개되고 있는 속수무책의 상황은 실로 그 파장을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달러자산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더불어 국제금융체제의 붕괴, 그리고 세계적 자본흐름의 경색으로 세계경제의 앞날에 점차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예견된 결과이다. 그러나 비기축통화국으로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응은 극히 제한적이다. 문제를 일으킨 대상을 우선 구제하는 방식으로 신뢰의 근간을 스스로 무너뜨린 미국에서조차 아직도 대마불사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획기적 방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줄여야 하는 부채규모는 오히려 늘어났고 정책선택의 여지는 줄어들었다. 이제 달러에 의존한 전세계가 글로벌 조정부담에 노출되어있지만 향후 행방은 전적으로 미국의 정치적 결정으로 판가름 나게 되었다.

왜 지금의 상황을 피할 수 없었는가? 답은 미국이 기축통화의 지위가 확고한 상태에서 양적완화라는 극약처방을 너무 오래 썼고 이로 인해 글로벌 차원의 신용흐름이 왜곡되었으며 정부주도의 위험분담 구조가 도덕적 해이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재무성증권이라는 초우량자산의 가격을 뒷받침함으로써 현 국제금융체제의 와해를 막으려는 노력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이러한 지지가 장기화되면서 자본시장과 은행 본연의 기능이 위축되고 대차대조표가 오염된 중앙은행들이 신용배분의 전 과정을 좌우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경제의 기본기능인 위험의 파악과 차별화를 기초로 한 자원배분의 잣대가 상실되었음을 뜻한다. 병상의 지지장치에 의존한 안정세로는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한 성장과 고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가치창출의 주역인 민간주체들은 점차 뒷전에서 머물고 정부주도의 인위적 환경조성만 거듭 강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금융기관의 자율성은 달러체제 유지를 위한 인질로 전락하면서 무장해제 되었고 양극화를 다양화로 대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고착화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더욱이 얼마 전 버냉키의 발언에 대한 예민한 시장반응을 감안하면 향후 정상상태로 되돌리기도 어렵다. 조만간 문제가 커질 수 있음을 알아도 진통제에 중독된 상황을 극복할 방도가 마땅치 않다. 결과적으로 부채상한의 조정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장기침체로 조용히 골병이 들던가 양적완화 축소 내지 금리급등, 자산가격 폭락의 충격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산가격 불안과 더불어 고용기반 위축마저 장기화되고 있어 체제의 안정성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결국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 같지만 붕괴될 것들이 지지되면서 지탱하기 어려운 부담이 체제적 위험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거의 단순한 자산축적이나 거시처방만으로는 더 이상 고용기반을 지켜내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구조개편을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의 기초활력 유지라는 일련의 재균형(rebalancing)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이제라도 달러위주의 국제금융체제의 근본 문제를 개편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기초여건이 건실한 한·중·일 중심의 안전자산공급을 통해 선진국에 몰리는 자본역류현상을 완화해야 한다. 둘째, 과잉부채상황을 조기에 종식하기 위한 포괄적 채무재조정 관련 글로벌 리더십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과잉부채의 부담으로 성장의 싹이 말라붙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고용과 투자가 가능하다. 셋째, 이웃과 미래를 명시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경제 패러다임 개편만이 세계를 파국에서 구할 수 있다. 이미 위기로 거듭 확인되고 있는 각자도생의 잘못된 설계도에 따라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양극화와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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