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울 외관순환고속도로 5개 구간이 이르면 연내 유료화 된다. 또 경차 할인과 출ㆍ퇴근 할인 등도 대폭 축소된다. 공공기관 부채를 줄이겠다며 정부가 내놓은 해법 중 하나인데, 자구노력이라기보다는 시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5개 구간을 유료화하기로 했다. 대상 구간은 ▦송파IC~강일IC(16㎞) ▦남양주IC~퇴계원(5㎞) ▦일산IC~김포IC(5㎞) ▦노오지 분기점~시흥IC(16㎞) ▦학의 분기점~안현 분기점(22㎞) 등 5개 구간 총 64㎞다. 이 구간은 현재 무료로 진ㆍ출입이 가능하거나, 요금소를 지난 뒤 무료 구간을 통해 차량이 진출할 수 있는 곳들이다. 이들 구간을 이용하는 차량은 하루 평균 76만7,631대로 추산된다.
도로공사는 해당 구간을 통과하는 차량의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차량 영상인식 기술을 도입해 후불로 통행료를 받을 생각이다. 추가 요금소 설치 등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는 방법인 셈이다. 도로공사 한 관계자는 "무료 구간의 경우 차량이 몰려 지ㆍ정체 현상이 잦고, 이 때문에 다른 구간의 교통 흐름까지 방해한다"며 "상습 지ㆍ정체 구간 해소 차원에서도 통행료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습 정체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도로공사의 속내는 좀 달라 보인다. 도로공사의 경우 정부의 세출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내년부터 도로공사비 국고지원 비율이 50%에서 40%로 축소된다. 가뜩이나 공공기관 부채를 줄이라는 요구가 거센데, 중앙정부에서 들어올 돈은 줄어들게 뻔하자 도로공사가 선택한 게 통행료 인상이다.
도로공사가 최근 내놓은 외부용역 결과에 따르면 서울 외곽도로 추가 유료화를 통해 걷을 수 있는 통행료는 한해 1,827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전체 구간에서 지난해 거둬드린 통행료 2,005억여원에 맞먹는 금액이다. 도로공사는 또 경차 등에 적용되는 감면통행료를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차 할인 축소로 연간 350억원 출ㆍ퇴근 할인 축소로 250억원을 추가로 걷겠다는 구상이다. 전체 통행료 수준도 2.5%가량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로공사의 이 같은 방침은 기재부가 최근 확정한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담겨있다. 도로공사는 통행료 추가수입 등을 통해 2017년까지 부채비율을 94.1%(30조8,000억원) 수준으로 묶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도로공사가 부채감축을 위해 내놓은 자구노력 방안"이라며 "하지만 시민의 직접적인 부담이 커지는 만큼 여론 수렴 등의 절차가 선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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