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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술 마다하지 않아… 액션배우 자존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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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술 마다하지 않아… 액션배우 자존심이지"

입력
2013.10.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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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쿵푸를 연마한 뒤 싸움에서 한번도 진 적이 없습니다. 리샤오룽은 팔씨름으로 이긴 적도 있어요. 친구 사이라 정말 싸우지는 않아 무술 실력을 겨뤄볼 기회는 없었지요."

훤칠한 키의 노인은 몸을 휘청거리며 걸었다. 숱이 적은 머리 탓에 노배우의 옛 명성을 가늠키 어려웠다. '외팔이'시리즈의 주인공도 시간의 힘에 속절없이 무너진 듯했다. 그래도 힘이 들어간 굵은 목소리와 호기로운 파안대소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액션 배우의 풍모를 보여줬다.

1960~70년대 한국 영화 관객들을 사로잡은 홍콩 배우 왕위(王羽ㆍ69)가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위해 부산을 찾았다. 부산영화제에선 그의 대표작 '외팔이'(1968)와 최신작 '실혼'(2013)이 상영되고 있다. "한국 중장년층에게 여전히 전설"(김지석 부산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로 통하는 그를 5일 밤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만났다. 또렷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며 악수를 청하는 손의 악력은 액션 배우다웠다.

왕위는 다른 나라의 무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검술과 쿵푸가 지배하던 1970년대 홍콩 액션 영화를 다채롭게 변화시킨 인물로 통했다. 그는 "검술과 권법, 태권도 등을 경쟁시키면 어떤 액션이 나올까 궁금해서 영화에 적용시켜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 와이어 액션 같은 것이 없어 5층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면서 "요즘 홍콩 영화는 유명 배우에게만 지나치게 많은 출연료를 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왕위는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지금은 많이 회복했다"고 밝혔다. 걸음걸이는 어색했으나 건강해 보였다. 그는 "뇌졸중으로 쓰러지면 몸이 불구가 되기 쉬운데 나는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존심을 지키고 강하게 보이기 위해 여전히 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직도 열 병 정도는 한자리에서 거뜬히 마신다"고 했다. "여기 '진로'소주가 있다면 한 잔 대접하고 싶다"면서 짐짓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왕위는 지금까지 기억 나는 한국 영화인으로 정창화('죽음의 다섯 손가락') 감독을 꼽았다. "당시 홍콩에서 아주 유명한 감독이었는데 함께 영화를 찍지 못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김지미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인데 연기 호흡을 한 번도 맞춰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무인이 되고 싶어했고 결국 액션 스타가 된 할아버지의 피는 속이지 못하는 것일까. 왕위는 "열 다섯 살 손녀가 2년 전 태권도 1단이 됐다"고 말했다. "못되게 구는 애들이 있다길래 내가 '싸워도 된다'했고 지금은 손녀를 괴롭히는 애들은 없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왕위는 이날 열린 아시아의 배우와 감독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제1회 '아시아 스타 어워즈'에서 남자 배우상을 받았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한국 관객들이 저를 기억해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전성기 때 한국에 오면 몇 천 명이 저를 보러 몰려 오곤 했는데, 한국 관객들이 영화 보는 수준이 높아서 그런 듯해요. 나이가 많아 쉽지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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