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너무 호들갑 떠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야구팬인 필자에겐 한국인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에 선발 출장하는 류현진 선수가 출전하는 오늘만큼은 만사 제쳐놓고 류 선수의 경기중계를 보기로 했다. 그는 대단한 선수다. 아니, 그의 아버지는 류 선수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다. 오른손잡이로 타고난 아들을 왼손잡이로 바꿨다. 그러다 보니 류 선수는 투수로서 투구할 때는 왼팔로, 타자로서는 오른편 타자석에 들어서는 매우 특이한 선수가 되어 버렸다. 필자도 선천적 왼손잡이이기 때문에 왼손잡이로 태어난 사람을 오른손잡이 바꾸는 것이, 더구나 오른손잡이로 타고난 사람을 왼손잡이로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안다. 무엇을 하든 왼손부터 나오는걸 부모님으로부터 야단 맞아가면서 바꾼 덕에 오늘날 정상적인 사회인이 되었다. 그러나 어른들의 감시 대상에서 벗어났던 사소한 일들, 공 던지기나 칫솔질 등에는 저절로 내 몸 왼쪽에게 임무가 주어졌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필자는 다른 대부분 왼손잡이와 마찬가지로 양손잡이다. 왼손잡이로서 어렸을 때 주위에서 놀림도 많이 받았다. 우리 사회는 오른손잡이 우선이다. 심지어 어떤 역사학자는, 인류역사는 오른손잡이 위주 역사라고도 한다. 어쨌든 왼손잡이로서 살아가는 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사소한 예지만 왼손잡이는 가위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가위가 오른손잡이에게 편하게끔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른손잡인가, 왼손잡이인가는 우리 뇌의 구조와 관련성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오른편 뇌는 몸의 왼쪽 반을 제어하고 왼편 뇌는 몸의 오른쪽 반을 담당한다. 그러니까 공을 찰 때, 공 던질 때, 글씨 쓸 때 등은 우리의 왼쪽 뇌가 그 동작을 다스린다는 말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오른손잡이는 왼쪽 뇌가, 왼손잡이는 오른쪽 뇌가 더 발달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뇌의 더 중요한 임무는 사고의 기능이다. 뇌의 각 부분별로 담당하는 기능이 다른데, 크게 보면 오른쪽 뇌는 인간의 감성, 창의성, 직관, 융합능력을 관장하고 있는 반면, 왼쪽 뇌는 논리적 사고와 냉철한 해석, 언어능력, 분석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크게 보면, 예술가는 오른쪽 뇌가, 과학자는 왼쪽 뇌가 더 발달했다고 봐도 된다. 이건 필자의 주장이 아니라 노벨상 수상자인 로저 스페리 교수의 업적이다.
이쯤 되면 독자는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혹시 유명한 예술가나 발명가들에는 왼손잡이가 상대적으로 많은가? 그렇다. 르네상스 3대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 모두 왼손잡이였다. 과학자로서는 뉴턴, 퀴리 부인,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이다. 비틀즈 멤버 4명 중 2명이 왼손잡이였고 요즘 연예계에도 왼손잡이가 판치고 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케네디 대통령 이후 포드, 레이건, 클린턴, 부시, 그리고 오바마까지 모두 왼손잡이다.
여기서, 왼손잡이가 더 창의적이거나 왼손잡이가 사회에서 더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스페리 교수는 더 중요한 현상을 발견하였다. 왼쪽 뇌와 오른쪽 뇌는 독자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둘 사이에는 뇌량이라고 하는 연결선이 있는데 이 연결선이 강하면 강할수록 뇌의 성능이 좋아져 문제해결 능력뿐 아니라 창의성도 향상된다고 한다. 게다가 이 연결선은 후천적으로 훈련과 경험에 의해서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이후 연구자들에 의해서 밝혀졌다.
이런 오래된 사실과 연구결과들이 오늘 우리 사회에 신선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은 혼자 강해질 수 없다. 이 둘 사이에 대화와 소통이 많아질수록 전체가 강해진다. 그리고 이것은 후천적으로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이 진리는 개체로서의 인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잘 사용하지 않는 손을 쓰게 하는 것은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일단 고비를 넘기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류 선수도 그랬듯이.
원광연(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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