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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라디오 스타" 동네 채널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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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라디오 스타" 동네 채널 집합

입력
2013.10.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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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왔다 딱 걸려 여기(라디오부스) 오신 시흥 1동 주민 아저씨, 무슨 농사 지으셨나요?"

"배추, 무, 당근 농사요. 올해는 들깨가 아주 잘됐어요. 늦기 전에 따야해요."

"여러분 들으셨죠? 들깨 농사 짓는 분들, 빨리 수확하세요. 밑동째 잘라서 며칠 말리면 들깨 맺히는 곳이 갈색으로 변합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금천구청 맞은 편 한내텃밭 위 라디오부스. 올해 4월 친환경 주말농장이 조성된 이곳에 일주일에 한번 라디오 방송이 녹음된다. 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으로 만든 인터넷라디오 '금천아이엠'이 만든 프로그램 '텃밭 방송'이다. 4일 부스를 찾은 조정옥 PD는 "금천구 주민들이 직접 출연해 텃밭농사 지으며 느낀 희로애락을 전하고, 농사 정보도 소개한다"고 말했다.

'금천 아이엠'같은 동네라디오 채널을 통합해 24시간 방송하는 애플리케이션 '라디오스'가 다음달 1일 선보인다. 서울시 마을미디어지원 사업으로 방송을 만들거나 준비 중인 인터넷라디오 채널 11개를 통합한 것으로 현재 30여개 프로그램을 확정했다.

'라디오스'의 매력은 주류 광역 방송이 다룰 수 없는 소소한 동네 소식과 소수 주민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로공동체라디오의 '두근두근 소개팅'은 청춘남녀를 비롯해 서로를 필요로 하는 동네 주민들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다. 구로구 오류동에서 '참새의상실'을 운영하는 박주희씨는 "신체 장애인처럼 맞춤옷이 필요한 주민과 재봉 기술을 가졌지만 일감을 찾지 못하는 주민들을 연결해주는 사랑방"이라고 말했다. 60세 이상 노인들로 구성된 느티나무 은빛극단 단원들은 단체로 출연해 공연 소식과 단원 충원 소식을 알린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김상정 구로공동체라디오 PD는 "동네주민들을 소개하면서 그 사람의 삶과 꿈, 가치관을 들으며 내가 사는 곳을 새롭게 보게 됐다"고 말했다.

동네라디오의 제작 원리는 팟캐스트와 같다. 동네 소식을 녹음한 음성파일을 인터넷 주민 커뮤니티나 페이스북 등에 정기적으로 올리는 방식이다. 단, 동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출연이 필요하다. 적게는 2,3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이 제작에 참여한다. 다만 전파를 통한 방송이 아니어서 방송통신위원회 허가가 필요없고, 500만~1,000만원 정도로 스튜디오 등 방송 공간과 장비를 갖출 수 있어 진입장벽도 낮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마을미디어 지원사업을 시작해 64개 단체에 신문, 라디오, 영상 등 매체 제작 과정의 교육비를 지원했고, 제작기술을 익힌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10여 개 채널을 만들었다.

동네 라디오 방송의 통합채널을 준비중인 관악FM의 안병철 대표는 "10월 중순부터 시험방송을 하고, 11월 1일 개국할 예정"이라며 "아직 11개 방송사 프로그램만으로 24시간 종일 방송을 내보낼 수 없어 프라임 타임 때 동네라디오 방송을 집중 배치하고, 나머지 시간에 관악 FMㆍ마포 FM 프로그램 일부도 방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나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어 제작 비용을 제작진이 자체 조달해야 하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안병철 대표는 "한두 사람의 의지만으로 동네라디오를 10년 이상 운영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장기적으로 동네라디오 채널을 묶어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지속가능한 모델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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