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충남지역 대학들의 수도권 캠퍼스 설치가 줄을 이으면서 대학가 인근의 공동화 걱정이 커지고 있다.
6일 충남 홍성군에 따르면 청운대는 지난 3월 인천에 캠퍼스를 개설해 10개 학과, 1,500명의 학생을 옮겼다.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중부대도 8월 경기 고양시에 고양캠퍼스를 착공했다. 2015년 문을 여는 고양캠퍼스에는 22개 학과, 865명이 옮겨갈 예정이다.
홍성군 주민들은 청운대의 인천 이전에 대해 "수도권정비법 위반"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학교주변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A씨는 "학생과 교직원 등 2,000여명이 빠져나가 면서 원룸 공실률이 60%를 넘어서는 등 일대가 슬럼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전에 캠퍼스를 둔 을지대는 지난 1월 의정부 반환미군기지인 캠프 에세이욘 부지를 매입, 2017년 3월 의정부캠퍼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 침례신학대도 2010년 동두천시 와 반환미군기지인 캠프 님블에 캠퍼스를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협약을 했다.
지역대학들의 수도권 진출 러시를 이끄는 가장 큰 요인은 학생 유치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초·중·고교와 대학교에 다닐 연령대인 만 6~21세까지의 학령인구가 해마다 줄고 있다. 2010년 기준 1,000만여명의 학령인구가 2040년에는 600만여명으로 줄고 충청권 학령인구는 2만178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충청권 대학의 입학 정원은 2012년 기준, 4만3,459명에 달해 입학정원 공백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방대의 수도권 진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닥쳤다. 경기도는 지방대의 수도권 캠퍼스 유치에 발벗고 나서 이미 8개 지방대 유치에 성공했다. 아예 대학유치를 민선 4, 5기 중점 사업으로 정해 개교와 착공을 돕는 전담반을 운영 중이다.
수도권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은 수도권과 인접한 충남으로 몰려들고 있다. 전남 목포의 세한대는 올해 당진시에 캠퍼스를 조성하고 예능계열과 공학계열 600여명을 옮겼다. 2016년까지 2,500명을 옮길 예정이다. 충북 영동대는 아산시에 IT관련 6개 학과, 700여명을 수용하는 영동대 제2캠퍼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대 수도권 이전을 막기 위해 수도권 과밀화 방지 등 지역균형발전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거센 실정이다. 충남도는 5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주한미군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개정을 국토교통부와 안전행정부, 교육부에 건의했다. 민주당 박수현(공주) 의원이 지난 7월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을 차단하기 위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두원 홍성군의원은 "대학은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사회적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정부가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을 방치할 경우 모든 대학들의 집중현상으로 어쩌면 지방대가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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