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가 8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제주도의원 선거구 획정의 틀을 좌우할 교육의원 존폐 여부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제주도와 도의회, 도교육청이 교육의원 선출을 둘러싸고 명확한 입장 표명을 미룬 채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면서 "지역 현안을 중앙 정부가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제주도와 제주도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출범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금까지 선거구 재조정 문제 등에 대해 총 6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교육의원 존치 여부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2010년 2월 개정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엔 교육의원 선거제도가 내년 6월 30일까지만 시행되고 그 이후엔 일반 광역의원이 교육의원을 대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제주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에 이에 관한 규정이 없어 제주특별법을 개정하지 않는 이상 종전대로 5명의 교육의원을 별도로 뽑고 일반 도의원 4명을 포함한 9명으로 교육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문제는 제주지역의 경우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모두 다른 지역과는 달리 입후보자격으로 교육경력을 요구하고 있어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만큼 교육의원 존폐여부에 대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선거구획정위는 제주도지사, 도의회 의장, 도교육감 등 3개 기관장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교육의원 존폐 문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개선방향에 대해 9월 말까지 합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기엔 교육의원 존폐에 대한 결정이 내려져야만 새로운 선거구 획정이 가능하다는 현실적이 문제도 깔려 있다.
그러나 이들 3개 기관은 자신들의 입장만 주장하고 있을 뿐 현재까지 교육의원 존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도교육청만이 유일하게 "현행 체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도의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말로 도의회로 최종 결정책임을 미뤘다. 도의회도 "교육의원 선거구 획정 문제는 제주특별법에 주어진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제도개선 권한을 가진 도지사가 결정하고,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도는 교육의원 존폐 여부는 교육자치의 문제로 주무관청인 도교육청과 도의회가 주체가 돼 교육의원 존폐와 관련한 요구가 있을 경우 제도개선 과제에 포함,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교육의원 선거 존폐에 대해 이들 3개 기관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서 사실상 제주 차원의 선거제도 개선 합의는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제주 교육의원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직권으로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해 선거제도를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구획정위는 "현 상황에서는 정부가 선거 통일성을 이유로 제주의 경우에도 교육의원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도의원 의원정수가 41명에서 36명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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