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30재보선 경기 화성갑에 출마할 새누리당 후보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4일 확정되자 민주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카운터파트로 손학규 상임고문을 만나 출마 의사를 타진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손 고문의 출마는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손 고문의 최종결심만 남은 상태에서 점차 '빅 매치' 성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손 고문 차출론은 이미 당 안팎에서 비등한 상황이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민주당도 상대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재 손 고문이 나서겠다는 의사표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에서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영환 의원도 "서 후보가 약점이 많고 연고없는 곳에 낙하산으로 내리꽂았기 때문에 손 고문이 나가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도부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서청원 대항마로 손 고문이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내가 곧 손 고문을 만나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손 고문을 만난다면 직접 출마를 요청할 공산이 커 보인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늦어도 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공천문제를 매듭지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당초 이번 재보선이 두 군데로 줄어든데다 보수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총력을 기울이는 게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장외투쟁에도 불구하고 경색 정국의 균형이 깨지지 않아 수세국면을 반전시킬 필요가 당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김 대표 입장에서는 박근혜정부 취임 이후 첫 중간평가에서 승부수를 걸지 않으면 야권 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이날 민주ㆍ민생살리기 충북결의대회에서 "지난주 한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8% 내려가 60%대로 떨어졌는데 오늘 발표된 것은 54%대로 더 떨어지고 있다"면서 재보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공은 손 고문에 넘어가는 상황이다. 손 고문 측근은 "당이 절실하고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해오느냐에 결단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선 대선이 4년 이상 남아 원내입성이 급하지 않은 데다 화성갑이 쉽지 않은 지역이라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중한 요청'을 거부하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당 관계자는 "명분을 중시하는 손 고문의 스타일상 모양새만 만들어주면 '사지'라도 마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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