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학점을 인정해주는 '군 복무 중 원격강좌 학점이수제'에 참여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도입 6년 만에 전체 대학의 4분의 1인 100곳에 육박했다.
4일 국방부에 따르면 전국 389개 대학 가운데 군 복무 중 학점이수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학은 4년제 대학 87곳, 2ㆍ3년제 대학 12곳 등 모두 99곳이다. 특히 4년제 대학의 경우 10곳 중 4곳(38.5%)꼴로 원격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병사들은 일과 후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대학이 개설한 온라인 강좌를 수강해 학점을 취득하면 된다.
참여 대학은 시행 첫 해 6개교에 불과했지만 2008년 25곳, 2009년 41곳, 2010년 54곳, 2011년 69곳, 지난해 84곳으로 꾸준히 늘었다. 수강 인원도 대폭 증가해 올해 원격강좌 수강으로 학점을 취득했거나 취득할 예정인 병사 수는 1만297명에 이른다.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7년 수강 인원(135명)의 76배다.
대학 재학생들의 수요도 많다. 아직 이 제도를 채택하지 않은 연세대 총학생회가 8월 26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2주 간 설문조사를 통해 군 학점이수제가 필요한지 등을 물었더니 조사에 참여한 400여명의 학생 중 약 80%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고은천(23) 연세대 총학생회장은 "취업이 어렵다 보니 군 복무 중 학업에 공백이 생기는 게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고, 이를 반영해 타교가 시행 중인 군 학점이수제 도입을 공약으로 걸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군 학점이수제로 병사들이 취득할 수 있는 학기당 학점 상한선을 현행 3학점에서 6학점으로 늘리는 방안을 교육부와 협의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017년까지 군 학점이수제 참여 대학을 전체 대학의 40% 수준인 155곳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역병들의 호응은 아직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강 인원이 많아졌다지만 대학 재학 중 입대한 현역병 수(33만2,480명)에 비하면 그 비율이 3.1%에 불과하다. 원격강좌를 개설한 서울 주요 대학이 건국대와 성신여대, 중앙대, 한양대(시범) 등 몇 곳 안 되고, 개설 강좌가 많은 곳은 사이버대에 몰려 있다는 점도 한계다.
학점당 2만~15만원에 이르는 수강료도 병사들에게는 부담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학과의 협의를 통해 정규 학기보다 싼 계절학기 수강료를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대학의 자율 참여를 유도하거나 병사들의 수강료 부담을 낮추는 등 제도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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