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여성들이 여행을 가장해 시리아로 넘어가, 시리아 정권에 맞서 싸우는 반군들과 잠자리를 갖는 '성적(性的) 성전(聖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20~30명, 많으면 100명과 잠자리를 갖고 임신한 채 튀니지로 돌아옵니다."
로프티 벤 제두 튀니지 내무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의회 연설 도중 느닷없이 이 같은 발언을 해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벤 제두 장관은 이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인권운동가나 언론인 그 누구도 성적 성전을 목적으로 시리아로 간 튀니지 여성을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튀니지 조사관 암나 구엘라리는 "내가 들은 건 모두 신중히 보도할 정도가 아닌 막연한 주장뿐이었다"며 "많은 인권운동가와 언론인도 정보가 부족했고, 아는 바도 없었다"고 말했다. 벤 제두 장관의 주장을 둘러싼 의문은 점점 증폭됐고, 신빙성도 떨어졌다. 그렇다면 그의 도발적인 발언은 과연 어떻게 나왔고, 성적 성전의 진실은 뭘까.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먼저 벤 제두 장관이 발언한 정치적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엘라리 조사관에 따르면 튀니지 정부는 성인 여성이 중동 내 특정국가를 방문하려면 남편이나 아버지에게서 미리 허락을 받도록 해 비난을 받아 왔다. 벤 제두 장관은 이를 "여성들이 시리아 내 성적 성전에 참여는 걸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라고 합리화했다.
그는 또 엄격한 이슬람으로 돌아가자는 복고주의 '살라피즘'의 타도를 장관 임기 중 가장 핵심 과제로 두고 추진 중이다. 이슬람 율법은 여성의 혼전 성관계를 엄격하게 금지하나 강경 수니파 무슬림인 살라피스트는 '성적 성전'을 성전의 한 유형으로서 합법적으로 여긴다고 알려졌다. 그가 살라피즘을 흠집내기 위해 "튀니지 살라피스트 여성들이 시리아 반군 수십 명과 잠자리를 가졌다"고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슬람 내부에서도 성적 성전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범 아랍 신문 알하얏트 등과의 인터뷰에서 "파트와(이슬람 법에 따른 결정이나 명령)로 정당화할 수 있다"고 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이슬람 성직자 모하메드 알아레페 조차 입장을 바꿔 "정상인이라면 아무도 그런 행위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성적 성전의 유일한 증거는 시리아가 아닌 튀니지에서 나왔다. 튀니지 보안당국은 군과 지하드 전사들 사이에 충돌이 빈발하는 서부 참비산 산악지대에서 성적 성전에 연루된 몇몇 여성을 체포했다. 구엘라리 조사관은 "성적 성전에 연루된 18세 여성의 어머니와 얘기했는데, 그는 '튀니지 무력단체 안사르 알샤리아와 가까운 한 여성이 내 딸을 성적 성전에 가담시켰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성적 성전이 시리아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구엘라리 조사관은 "당국이 일단 '몇몇 여성이 임신한 채 돌아왔다'는 말만 던져 놓고, 여성부나 내무부 누구도 이들을 추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이상 진전된 정보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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