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악마를 지켜 보는 일은 공포스럽다. 절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벌어지는 광경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게 만들고, 질끈 눈을 감게 만드는 공포 소설이다.
첫 장면은 끔찍한 유괴 사건의 강박적인 재구성이다. 2006년 4월 11일 다이너는 다섯 살짜리 아들 로비와 함께 대형 쇼핑몰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차를 찾고 있다. 엄마는 평소처럼 기억력 향상을 위한 게임으로 아이에게 차 위치를 물었고, 해질녘의 한산한 주차장에서 로비는 초조하게 두리번거렸다. 다이너가 차를 찾은 순간 작가는 소설 속 시계를 다시 엄마가 아들에게 '내 손 잡아'라고 말하는 순간으로 되돌린다.
시간의 초기화는 두 번 더 일어난다. '내 손 잡아'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총 네 번 읽는 셈이다. 눈 깜짝할 새 둔기로 머리를 얻어 맞고 유괴범에게 아들을 빼앗긴 다이너의 고통스런 기억을 독자도 함께 곱씹고 또 곱씹는다.
소설은 아들을 잃고 비탄에 빠진 다이너 부부의 황폐해진 삶을 보여준 뒤 곧바로 목회자와 범죄자로 이중 생활을 하고 있는 체스터 캐시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는 어린 남자아이를 유괴해 가짜 아빠 행세를 하다 사춘기에 접어들기 전 아이를 살해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 자칭 '대디 러브'라는 이름의 이 악마는 아이에게 기드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6년의 세월을 함께한다. 그 사이 아이는 악마를 혐오하면서도 적응하고 의지한다. 열한 살, 소년은 본능적으로 죽음을 예감한다.
총 3부로 나뉜 는 유괴 직전부터 6개월 후까지의 이야기(1부)에 이어 6년의 폭력이 바꿔놓은 아이의 삶(2부), 그리고 로비와 다이너 부부의 고통스런 재회(3부)를 그린다. 끔찍한 일을 다루지만 작가는 잔인한 폭행 장면 묘사보다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로비가 엄마 아빠에게로 돌아간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느껴지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캐시의 잔혹한 학대와 일그러진 사랑으로 인해 분열된 로비의 내면이 아물 수 있을까. 부부는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조이스 캐럴 오츠는 1964년 데뷔 이래 50편이 넘는 장편소설과 1,000편 이상의 단편을 썼고, 전미도서상, 오헨리상, 브람스토커상, 시카고트리뷴 문학상 등을 수상한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작가다. 작품들을 통해 폭력과 종교, 인종ㆍ성 차별, 계급 갈등 등을 이야기해 온 작가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구석들을 파헤치는 것이 자신의 최고 장기라는 것을 를 통해 다시 한번 입증해 보인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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