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도 있고 충성심도 강한 신하를 둔 군주는 역사에서 현명한 존재로 기억된다. 신하의 장단점을 제대로 살피는 통찰력 때문이다. 군주보다 자신을 더 생각하고, 행동에서 자신만의 목적을 추구한다면 그는 절대로 주인을 믿는 사람이 아니다. 훌륭한 신하를 곁에 두려면 은혜로 그를 묶어야 하고, 아첨꾼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 현명하지 못한 군주는 훌륭한 조언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법이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장관의'항명' 파동 등 인사문제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의 잇따른 실패를 보며 떠오르는 금언이다.
▲ 누가 감히 역사를 운운하며 지금의 현실을 꿰뚫어 보듯 이 같은 말을 남겼는지 궁금하다면 50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 니콜로 마키아벨리(1469~1527)는 저서 에서 통치기술에 대해 그렇게 설파했다. 물론 마키아벨리의 는 권모술수의 원전으로 통한다. 하지만 계몽군주였던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이 책을 비판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마키아벨리즘을 휘두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군주는 여우의 지혜(냉혹함)와 사자의 힘(잔인함)이 필요하다고 마키아벨리는 말한다. 역량과 행운, 시대적 요구는 군주의 덕목이지만 권력을 위해선 인간심성과 군중심리, 조직생리, 리더십에 대한 통치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마키아벨리즘이란 용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오랜 세월 정치는 도덕과 종교 같은 것이었지만, 마키아벨리는 르네상스 정신에 걸맞게 이를 윤리학에서 분리함으써 근대정치학의 근간을 일궈냈다.
▲ 올해로 가 쓰여진 지 꼭 500년이 된다. 전 세계에서 다시 읽기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에선 500주년 기념위원회가 내주 '2013년 한국 정치, 왜 마키아벨리인가'란 학술대회를 연다. 한국정치학회도 정치학자들의 시각에서 본 에 대한 학술회의를 갖는다. 사색의 계절을 맞아 다시 를 읽어본다면 고전의 지혜 속에서 우리 정치현실도 되짚어볼 수 있는 유익한 계기가 될 듯하다.
장학만 논설위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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