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개월 만에 박근혜 대통령을 실명 비난했다. 또 경제발전과 핵개발의 '병진노선'을 재차 천명해 남북관계는 당분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4일 성명을 통해 "박근혜와 그 일당이 그 누구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미명 하에 우리의 핵무장을 해제하려고 분별없이 달려든다면 스스로 제 무덤을 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우리 군대와 인민은 핵무력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을 굳게 틀어쥐고 변함없이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한 북측의 비난은 지난 7월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문답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당시에도 북한은 병진노선에 대한 남측의 태도를 문제 삼아 박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모두 6차례 국방위와 조평통, 인민보안부 등을 동원해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이후 대남 비난을 자제해 온 북한이 다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은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대북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해석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등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대응능력의 조기 확보'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무력 불용 의지를 밝힌 국군의날 기념사가 북한 수뇌부를 한층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 없이 무력 제재에 초점을 둔 박 대통령의 발언에 군부로 대표되는 북한의 강경파가 반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5월25일 첫 실명 비난에 성명 주체로 등장했던 국방위가 다시 전면에 부상한 것도 주목된다. 김정은 정권 들어 위상이 다소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국방위가 북한 최고 정책결정기구란 점에서 당분간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점치는 목소리가 많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방위의 등장 자체만으로도 향후 비난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정책변화의 진폭이 큰 김정은 체제의 속성상 계기만 마련되면 북한은 다시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북한의 근본적 태도변화가 없는 한 강경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북한이 우리 국가원수를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로 비난한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초보적 예의도 지키지 않는 비이성적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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