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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강남클럽, 클래식에 홀리다… 그 황홀한 파격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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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강남클럽, 클래식에 홀리다… 그 황홀한 파격이란…

입력
2013.10.0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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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들이 요하네스 브람스의 '헝가리안 댄스 5번'의 마지막 활 놀림에 박차를 가하자 객석에서는 "멋있다" "예"하는 추임새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흥에 겨워 번쩍 치켜든 관객의 손에는 맥주와 칵테일이 들려 있었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인 바 스툴에 앉아 연주하던 음악가들이 다음 곡을 준비하기 위해 잠시 무대를 떠나자 관객들도 또 다른 음료를 주문하러 서둘러 칵테일 바로 향했다.

3일 밤 서울 논현동의 클럽 옥타곤은 클래식 음악계의 도전의 한 현장이었다. DJ부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곡은 터질 듯한 드럼 비트의 전자음악이 아닌 잔잔한 클래식이었다. 30분 간의 디제잉에 이어 펼쳐진 라이브 무대의 주인공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이 결성한 앙상블 더 필하모닉스. 이들은 클래식 전용홀 대신 바로 이 클럽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언',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 크라이슬러의 '아름다운 로즈마린' 등 1시간 여의 연주가 이어지는 동안 계단, 난간 할 것 없이 클럽 곳곳에 자유롭게 자리한 1,000여명의 관객들은 공연 관람이라기보다는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 공연은 음반사 유니버설뮤직이 젊은 층에 다가서기 위해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선보이고 있는 '옐로 라운지'(yellow lounge) 시리즈의 하나다. 휴대전화나 카메라 사용을 제지 당하지 않고 연주의 인상을 친구와 자유로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에서 듣는 클래식 음악은 젊은 20, 30대 관객에게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음악으로 다가왔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은 있지만 일부러 공연장을 찾아 다니는 편은 아니었다"는 송수정(26)씨는 "갑갑한 연주회장을 벗어난 음악회라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것도 이날 공연의 특징이었다. 관객과 눈이 마주치는 거리에서 연주한 음악가들의 무대 매너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더 필하모닉스의 리더인 바이올리니스트 티보르 코바치씨는 "마치 하우스콘서트처럼 따뜻하고 친근하게 반겨주는 관객을 보니 첫 방한 연주회를 2,000석 넘는 콘서트홀 대신 클럽에서 열기를 잘한 것 같다"며 "연주 곡목은 미리 정해 뒀지만 곡의 순서는 관객의 반응을 보면서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주 도중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많은 아름다운 여성들과 눈을 마주치며 연주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같은 독특한 분위기는 기존 클래식 음악 애호가에게도 이색 체험이다. 독일에서 베를린필의 연주회를 여러 차례 관람했다는 독일인 마야 좀머(37)씨는 "연주자와 관객이 이렇게 가까이에서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음악회는 처음 접했다"며 즐거워했다.

'공연장을 벗어난 클래식'은 청중의 노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서양에서는 이미 클래식 음악 공연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옐로 라운지 시리즈만 해도 이미 2000년대 중반 이후 독일, 뉴욕, 런던 등지에서 꾸준히 열려 왔고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관현악단도 디제잉을 더한 클럽 공연을 종종 연다.

마케팅 관계자들은 젊은 층의 달라진 음악 소비 패턴에 주목한다. 귀로 음악을 듣는 이전 세대와 달리 젊은 층은 오감으로 체험하며 음악을 즐긴다. 관객으로 참석한 가수 하림씨는 "장르에 관계 없이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된 이 같은 실력 있는 음악가들의 연주회는 관객으로서도 음악인으로서도 늘 반갑다"고 말했다. 특히 SNS로 공감하고, 공유하는 데 익숙한 젊은 층에게는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게 요즘 마케팅의 기본이다.

물론 이 같은 클럽 공연이 젊은 관객을 당장 클래식 음악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대중에 친숙한 레퍼토리 위주로 연주하거나 곡목을 친절히 설명한 프로그램 책자가 준비되지 않는 등 기존 클래식 음악 연주회와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 송현수 유니버설뮤직 클래식 부문 상무는 "클래식 음악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세대에 소개하는 첫 단추를 꿰는 공연"이라고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이 무대는 앞으로도 일정을 이어간다. 31일에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아코디언 연주자 마티나스가, 11월 12일에는 베를린필의 클라리넷 수석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클럽 옥타곤을 찾는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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