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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편 매 작품마다 새로운 고통… 완벽한 영화는 결국 못 찍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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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편 매 작품마다 새로운 고통… 완벽한 영화는 결국 못 찍지 않을까요"

입력
2013.10.0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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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김훈 작가의 새 작품이 출간되길 기다렸다가 읽곤 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를 영화화하고 싶었는데 제작비 문제 등으로 여의치 못했어요. 김 작가의 문장이 주는 엄청난 힘을 영상으로 묘사하고 싶습니다."

'서편제'와 '취화선' 등으로 한국 영화를 세계에 알린 임권택(77) 감독이 4일 오전 부산에서 신작 '화장'의 제작 발표회를 열고 102번째 장편 영화 작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화장'은 소설가 김훈의 동명 단편소설을 밑그림 삼고 있다. 한 회사의 중역이 병든 아내를 정성으로 돌보면서도 젊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기는 이중적 모습을 그린다. 중역 오상구 역을 안성기씨가 연기하고 '건축학 개론' '마당을 나온 암탉, 싹' 등을 만든 유명 영화사 명필름이 제작한다. 12월 촬영에 들어가 내년 3월 크랭크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대가의 연륜과 유명 제작사 노하우의 조합이라 영화계의 기대가 크다. "분명 내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대상)을 받을 작품"(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이란 덕담이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다. 이날 오후 한국일보와 따로 만난 임 감독은 "(유명) 영화제에 보내겠지만 영화제 틀에 맞추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찍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원작에 담긴 심리적 묘사를 영화로 드러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영상으로 제대로 담아낼 수 있다면 이전 작품들과 다른 영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화장'이 그렇듯 임 감독은 문학과 두터운 인연을 맺어 왔다. '만다라'와 '아제아제바라아제' '서편제' '축제' '태백산맥' 등 그의 대표작들은 소설을 바탕에 두고 있다. 임 감독은 "문장 자체가 나를 자극할 때가 많다. 문장 너머의 세계를 그리고 싶을 때 영화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이 되기 전 당대 출판된 대중소설은 모조리 읽을 정도였다. 덕분에 1962년 데뷔 후 10년 동안 신통한 시나리오 작가 없이도 50편가량을 연출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임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서편제'의 개봉 20주년이 되는 해다. 임 감독은 "1960년대 공옥진씨 등이 공연하던 광주의 한 유명 요정에서 판소리를 처음 접하고 얼이 빠진 뒤 영화화를 생각했다"며 '서편제'와 얽힌 30년가량의 사연을 들려줬다. 그는 "'장군의 아들'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한 뒤 제작사에 돈을 전혀 생각하지 말고 '서편제'를 만들자 제안했다. 망해도 좋다는 심정으로 자유롭게 찍은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라고 회고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102번째 영화 촬영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그는 "편수는 전혀 의미 없다"고 말했다. "100번째 영화도 사람들이 모르고 넘어갔으면 했다"면서 "다만 살아온 세월의 체험이 사려 깊은 영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찍을 때마다 늘 힘들었어요. 현장에 배우와 스태프가 다 모여 있는데 어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지금도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요. 매 작품마다 새로운 고통과 만납니다. 매번 턱걸이 식으로 영화를 완성하니 내 영화를 내가 안 봐요. 이만하면 완벽하다 싶은 영화는 결국 못 찍고 영화 인생을 마칠 듯해요. 단지 치열하게 살다 가면 아름다운 삶 아닌가 생각해요."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달 23일부터 임 감독의 남아 있는 작품 71편 전부를 상영하는 임권택 감독 회고전을 열고 있다. 임 감독은 4일 밤 열린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 행사에서 한 명품 회사가 제작한 감독 의자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부산=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부산=이성덕기자 sd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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