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소비세 인상, 원전 재가동, 역사 인식 등을 둘러싸고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역대 총리들이 아베 총리의 폭주를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일본 역대 총리중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총리는 원전 재가동에 의욕적인 아베 총리를 연이어 비난하며 곤혹스럽게 몰아세우고 있다. 그는 1일 나고야의 강연에서 "방사능 폐기물 처분방안도 없이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아베 총리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한 시사잡지 창간 기념사에서도 "원자력은 과연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것인가"라며 "정치권은 가급적 빨리 원전제로 방침을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총리를 자민당 간사장으로 발탁, 거물급 정치인으로 키운 정치 은인이라는 점에서 아베 내각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고이즈미의 발언으로 당 정책이 바뀔 것은 없다"며 애써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현직 총리 시절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겪은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가 연일 원전 제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고이즈미 전 총리마저 탈원전에 가세하면서 원전 재가동 문제는 더욱 풀기 어렵게 됐다.
간 전 총리를 비롯한 민주당 정권시절 총리들도 아베를 겨냥, 일제히 포문을 열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강연회를 갖고 아베 총리의 소비세 증세와 관련된 경제 대책에 대해 "선심성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맹비난했다. 노다 전 총리는 특히 소비세 증세와 함께 지진 피해지역 주민을 돕기 위한 부흥특별법인세를 폐지하겠다는 아베의 방침에 "개인과 법인이 피해지역 주민을 위해 고통을 분담해왔는데, 왜 법인에게만 혜택을 주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공격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는 매주 인터넷 방송에 출연,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요구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침략전쟁을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최근 자주 중국을 찾아 무라야마 담화 재검토를 운운하는 아베 총리의 우경화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한편 아베 총리는 2일 미에현 이세신궁에서 20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식년천궁(신축한 신전에 신의 몸을 옮기는 의식)에 참여했다. 이 행사에 현직 총리가 참석한 것은 1929년 이후 84년만이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의 이세신궁 방문이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이세신궁 식년천궁에 참석한 것은 보수층을 의식한 행보"라며 "이달 17일부터 시작되는 야스쿠니 신사의 가을대제에도 참배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