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등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본보 9월 9일자 12면 보도)가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친인척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것은 처음이다.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회사 인수 및 토지 매입자금 명목 등으로 2006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피해자 7명으로부터 6억7,5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및 배임) 등으로 김모(53)씨를 최근 구속기소했다. 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인 상희씨의 외손자다. 피해자 대부분은 김씨가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내세워 접근하자 이를 믿고 금전거래를 했다가 돈을 뜯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회사를 인수할 경제적 능력이나 뚜렷한 계획도 없이 인수한 후 돈을 갚을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에게 돈을 뜯어냈다. 김씨는 2010년 11월 K씨에게 "코스닥 회사 인수자금 80억원을 마련하려면 우선 2억원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주면 기존 채무까지 다 갚고 돈도 벌어 주겠다"고 속여 2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2008년 6월에는 Y씨를 상대로 "건설회사 인수 후에 곧바로 투자를 받아 변제하겠다"며 5,500만원을 챙겼다.
김씨는 토지 매입을 위한 경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내기도 했다. 2011년 8월 G씨에게 "경기 포천 땅을 105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했는데 잔금 70억원이 남아 있다. 감정비용을 빌려주면 대출을 받아 바로 갚겠다"고 속여 1억원을 편취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가 언급한 토지 매입 계약은 실체가 불분명한 데다, 그는 100억원대 땅을 사들일 능력도 없었다.
김씨는 2006년 9월에는 자신을 상장회사 대주주라고 밝힌 뒤 L씨를 상대로 "며칠만 사용하고 이자로 1억원을 더 주겠다"고 속여 1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그러나 김씨는 당시 상장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기는커녕 개인 부채만 5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의 사기행각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인 올해 3월까지 이어졌다. 김씨는 충북 충주시 소재 식품회사의 인수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을 이용해 "작업장에서 나오는 쇠기름 등을 제공해 주겠다"고 속여 지난해 8, 9월 D씨와 S씨로부터 보증금 명목으로 각각 3,000만원과 2,000만원을 뜯어갔다. 검찰은 김씨가 식품회사 회장 직함을 사용하고 있었을 뿐 계약을 체결할 실질적 권한은 없었다고 밝혔다. 올 3월에는 다른 사람의 법인인감을 이용해 약속어음을 임의로 발행해 1억2,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김씨는 사기 피해자들의 고소가 잇따르자 도피 생활을 해오다 지난달 초 경기 하남경찰서에 검거됐다. 김씨는 2002년 사기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는 등 사기행각으로 이미 여러 차례 사법처리 됐었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특별감찰관제 등을 도입해 친인척 및 측근 비리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아직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고, 청와대는 김씨의 범행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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