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 지역 어린이 10명 중 7명 소변서 세슘 검출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저장탱크에서 또 다시 누출사고가 발생해 기준치의 2만배 정도 되는 방사능 물질이 태평양 인근 바다로 흘러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언급한 “오염수 문제는 원전 0.3㎢ 항만 내에서 완전히 차단돼 있다”는 발언이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남에 따라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질 전망이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B구역남’ 저장탱크 군에 보관된 탱크 1개의 상부에서 2일 오염수가 누출돼 430리터 가량이 탱크를 둘러싼 차단벽을 넘어 원전 외항으로 연결되는 배수구로 흘러 들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이 탱크가 8월 19일 300톤의 오염수가 누출된 저장탱크가 위치한 ‘H4구역’보다 바다에 가까워 오염수 일부가 바다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 곳은 아베 총리가 언급한 ‘0.3㎢ 항만 내’가 아니라 태평양과 인접한 바다다.
차단벽에 고인 물에서는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능 물질 스트론튬90이 법정 기준치(리터당 30베크렐)의 2만배 가까운 58만베크렐(Bq)이 검출됐다. 세슘134는 18Bq, 세슘137은 54Bq이 각각 검출됐으나 기준치를 밑돌았다. 이 탱크에는 세슘 제거장치와 담수화 장치로 처리한 오염수가 저장돼있다.
이번 사고는 도쿄전력이 문제의 탱크가 기울어진 것을 파악하지 못한 채 오염수를 가득 담아 탱크 상부에서 누출되면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원자력규제청이 뒤늦게 오염수의 바다 유출을 막고 오염토양을 수거하라고 도쿄전력에 긴급 지시하면서 관리부실과 늑장대응 논란도 일고 있다.
한편 슈칸아사히(週刊朝日)는 4일자에서 간토(關東) 지역 어린이 10명 가운데 7명꼴로 소변검사에서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바라키(茨城)현 모리야(守谷)시 조소(常總)생활협동조합이 현 내 15개 시정(市町)의 18세 미만 아동 85명의 소변을 검사한 결과 58명에게서 세슘134 또는 세슘137이 검출됐다. 대상 아동 146명의 검사가 모두 끝나는 내년이면 세슘 검출 아동이 더 늘어날 것으로 생협은 보고 있다. 슈칸아사히는 세슘134와 137이 자연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라는 점을 들어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세슘이 아동의 몸에 흡수된 것이라고 생협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야가사키 가쓰마 류큐(琉球)대 명예교수는 “세슘은 모든 장기에 누적되며 어린이의 갑상선도 예외가 아니다”라면서 “체내에서 발산하는 방사선이 세포조직의 연결을 분절시켜 신체 기능 부전을 일으키고 암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