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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 전 대통령 검소한 삶 오롯이… 서교동 가옥 '시민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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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하 전 대통령 검소한 삶 오롯이… 서교동 가옥 '시민 품으로'

입력
2013.10.0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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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이 모여 있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거리 버스정류장 이름은 '최규하 대통령 가옥' 이다. 2008년 최규하(1919~2006) 전 대통령이 살던 2층집이 서울시 등록문화재 413호로 지정된 후 '서교동 기업은행지점' 이던 버스정류장 이름도 이렇게 바뀌었다.

가옥의 주소는 마포구 서교동 467-5번지. 최 전 대통령이 1973∼1976년, 1980∼2006년 살았던 곳이다. 서울시는 이 가옥을 영구보존하기 위해 2009년 유족으로부터 사들였고, 유족은 유품 500여 점을 시에 기증했다.

서울시는 4년여 간의 복원 끝에 최 전 대통령 가옥을 5일부터 시민들에게 공개한다고 3일 밝혔다. 외교관 출신으로 검소함이 몸에 밴 최 전 대통령 부부가 쓰던 손때 묻은 물건들은 일제 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 서울의 생활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현관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는 것은 낡은 신발장과 굽이 다 떨어진 구두 십여 켤레다. 낡고 색 바랜 80년대 식 커튼은 보존처리 과정에서 일부 손때를 벗었지만, 30여 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응접실 한 쪽을 차지하고 있는 선풍기는 딸 종혜씨가 태어난 1953년 구입한 것으로 2006년 타계 때까지 50년 넘게 사용했다. 응접실 에어컨 역시 1970년대 장남 윤홍씨가 미국에서 사용하다 국내 들여와 설치한 것이다.

2층 서재 책상에는 달력을 잘라 만든 메모지가 놓여있다. 메모지 옆에는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당시 한미회담에서 썼던 볼펜이 있다. 서재 한 켠에 깔린 보료에는 부인 홍기 여사가 천을 덧대 꿰맨 흔적이 뚜렷하다.

현관 맞은 편 부엌에는 1973년 이 집에 이사올 때부터 쓰던 장식장과 식탁이 눈길을 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의전용으로 꾸민 부엌으로 평소 대통령 내외만 식사를 할 때는 밥상에 차려 드셨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 시절 "광부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자 평생 연탄을 때겠다"고 약속하고 노년까지 사용했던 연탄보일러와 연탄 창고, 장남 윤홍씨가 월급을 타 올 때마다 홍기 여사가 1원짜리 동전을 모아 둔 지갑, 일제 강점기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싱거 미싱, 맷돌과 돌절구 등은 부부의 검소함을 보여준다.

가옥은 상시 개방되며 실내는 유품 보호를 위해 사전 예약 후 해설자의 안내에 따라 관람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은 서울시공공예약시스템(yeyak.seoul.go.kr)통해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휴관한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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