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금지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만취 운전을 하다 체포된 직원, 부모님 회갑이라고 속여 회사에서 경조금을 받아낸 직원.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원전비리로 도덕성이 곤두박질친 한국수력원자력에선 기강해이 사례도 한 두건이 아니다. 그러나 한수원은 대부분의 비위행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만 가했던 것으로 밝혀져 자정노력은커녕, 여전히 도덕 불감증에 젖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한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체감사 자료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의 비위행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명박정부 때 수주한 UAE 원전 사업 진행을 위해 현지 본부에 파견된 한수원 직원 4명은 지난해 8월 만취상태로 차를 몰고 가다 경찰에 적발됐다. 음주가 허용되지 않는 이슬람국가에서 술을 마신 것 자체도 문제인데, 이것도 모자라 이들은 경찰한테 행패를 부렸고, 결국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공사 현장에 장기간 출입을 정지당하기도 했다. 한수원으로선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한 셈인데 그런데도 이들에게 내려진 처분은 주의와 경고가 전부였다.
올해 1월 UAE 파견직원 휴가 실태 조사에서도 기막힌 사례가 적발됐다. "부모님 회갑잔치가 있다"는 거짓말로 회사에서 경조금을 타내 12일간 휴가를 다녀온 직원이 감사결과 꼬리가 잡힌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조치는 고작 '부당 지급된 경조금 회수'뿐이었다.
또 내부 교육생한테 평가문제를 보여줘 합격을 도운 뒤 포상금을 나눠 가진 직원, 수의계약 대상이 아닌 사업을 수의계약 형태로 지인한테 넘겨준 직원 등도 각각 경고 처분에 그쳤다. 일가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한수원 산하 발전소의 납품업체로 등록한 사실을 숨긴 직원들(주의), 외상값을 납품업체에 대납토록 요구한 직원(견책) 등도 가벼운 징계를 받았을 뿐이었다.
납품업체에서 금품ㆍ향응 등을 받았지만 정직이나 감봉 수준에서 마무리된 경우도 허다했다. 검찰 수사나 언론 보도 등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비위에 대해선 철저히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한 셈이다.
이처럼 지난해 각종 비위행위로 징계를 받은 직원들은 총 84명. 올해 역시 8월 현재 49명(해임 7명, 정직 6명, 감봉 18명, 견책 18명)이 징계 대상이 됐다. 박 의원은 "이런 근무기강으로 그 동안 어떻게 한수원 같은 방대한 조직이 운영됐는지 의구심이 일 정도"라며 "내성화된 만성 비리가 원전 사태를 키운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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