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핵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또 다른 증거가 포착됐다고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연구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38노스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상업 위성이 촬영한 영변 핵 시설 사진에서 최근 설치된 냉각시스템의 배수관을 통해 온배수가 구룡강으로 유입되는 장면이 포착됐다. 온배수를 흘려 보낸 냉각시스템은 영변의 5㎿급 실험용 원자로에 설치된 것이다. 이와 관련, 38노스의 위성사진 분석가 닉 한센은 "온배수의 유출은 원자로를 가동시켜 생긴 열로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판독했다. 온배수는 터빈을 돌리는 뜨거운 수증기를 냉각시킨 뒤 방출하는 따뜻한 물이다. 앞서 8월 31일 촬영된 영변 위성사진에서는 뜨거운 수증기가 발견돼 북한이 원전 재가동 과정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센은 "영변 원자로가 재가동 중이며 전력이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온배수 배출 사진을 통해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3개월 간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이 8월에 시험 가동을 한 뒤 9월 들어 본격 가동을 시작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다만 이번 위성사진을 볼 때 5㎿급 원자로 옆의 실험용 경수로 원자로(ELWR)는 아직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1986년 본격 가동에 들어간 영변의 5㎿급 원자로는 원래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설계된 것으로 연간 핵무기 1개 분(6~8㎏)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열효율이 20% 정도로 매우 낮아 발전용으로는 부적합하다. 북한은 이 원자로가 발전용이며 생산 전력량은 5㎿라고 주장해왔다. 북한은 2007년 10ㆍ3 합의가 규정한 핵 시설 불능화 조치에 따라 이 원자로를 가동 중단했으나 올해 4월 재가동 방침을 발표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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