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에 대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는 앞으로 철저히 규명하고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대목이 무엇인지 시사하고 있다. 우선 검찰 발표를 정리해보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으로 넘겨지지 않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갔다가 반납한 이지원 시스템에서 대화록 초본이 삭제됐는데 이를 복원했고 ▦복원된 대화록 초본과 국정원 보관 대화록이 동일했다는 것이다. 이 발표대로라면 도대체 누가 왜 대화록을 국가기록원으로 넘기지 않도록 했으며, 이지원 시스템에서 삭제했을까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또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노 전 대통령이 NLL 발언을 은폐하려 했다면, 국정원에 대화록을 넘겨 다음 정권이 다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런 의문들을 검찰이 향후 수사에서 밝혀야겠지만, 그에 앞서 정치적으로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그 동안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의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국가기록원의 원본을 보자고 주장했던 문재인 의원 등 친노 인사들의 해명이 필요하다. 물론 이들이 전모를 다 모를 수 있겠지만, 이명박 정권의 원본 삭제 의혹까지 제기했던 점을 상기하면 어떤 형식으로든 전후 과정을 설명하고 필요하다면 책임도 져야 한다.
더 중요한 점은 대화록 실종이 사안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대화록 일부 내용이 공개되는 과정에 불법은 없었는지, 또 국정원이 정치개입 금지 의무를 어겨가면서 협조했는지, 그리고 지난 6월24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한 것이 적법한지 등은 대화록 실종에 묻혀 그냥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마침 검찰이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이라는 판단 아래 이를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았거나 삭제한 관계자를 처벌하겠다고 했다. 이에 준해 국정원의 대화록이 대선 기간에 유출돼 논란과 정쟁을 부른 과정에서 기밀문서 조항은 지켜졌는지, 국정원법은 준수됐는지도 철저히 따져야 한다. 그래서 대화록 삭제건 정치적 악용이건 불법이 드러나면 정파를 떠나 철저히 처벌해 다시는 국가적 기록을 작위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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