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초연금법안이 여야가 공약파기 문제로 극한 대립을 하는 와중에 그제 입법예고 됐다.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한 것인 만큼 시행하면서 부족한 것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자세라고 본다.
입법예고안은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계획안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이 미흡하거나 판단이 애매한 대목이 몇 가지 눈에 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재원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법안 4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연금이 노인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복지를 증진하는데 필요한 수준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며 '필요한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재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미 무상보육에서 중앙과 지방정부 간에 재원조달 문제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금도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언제 다시 문제가 불거져 보육지원이 파행을 겪을 지 모르는 상태다. 그런데도 기초연금법안에서 다시 재원 분담 문제를 애매하게 규정한 것은 새로운 갈등을 지피는 불씨를 만들어 놓은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은 평균적으로 중앙정부가 75%, 지방정부가 25%를 분담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7월 기초연금이 시행되면 기초노령연금의 월 최고액 9만6,800원은 월 최고 20만원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현재의 분담비율을 그대로 따르더라도 지자체가 내년 하반기에만 추가 부담해야 할 돈이 7,2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보건복지부의 추산이다. 더욱이 기초연금이 전면 시행되는 2015년에는 그 돈이 1조5,800억원으로 늘어난다.
복지부는 향후 시행령에서 이를 구체화하겠다는 생각인 듯 하나 그렇게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재정이 허약한 지자체의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지금부터라도 면밀히 검토해 지속가능한 방안을 지자체와의 협의를 거쳐 도출해 놓아야 한다. 아울러 전에 지적했듯 소득인정액 산출의 맹점 때문에 도움을 받아야 할 빈곤 노인들이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규정을 보다 꼼꼼히 보완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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