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정권의 2인자일까? 본인은 아니라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 '차기 대권에 도전할 뜻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된 내용에 대해서도 "내(나이)가 63인데 정치를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렇게 보도됐다고 말했다. "무관(당직이 없다는 뜻)이고 청와대와 이야기도 하지 않는데 무슨 2인자냐"고 했다. 자기의 모든 행동이 크게 보도되는 상황은 언론이 만든 것이지 실체와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랬으면 다행이겠다. 작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들어간 이래 그의 행동은 막 나가가고 있다. 불법이 확실해 보이는 행동에도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만약 그가 2인자라서 그런 것이라면 새누리당만의 불행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큰 불행이다.
우선 그는 작년 대통령 선거 유세기간 중인 12월 14일 국가기밀인 2007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줄줄이 읽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읽었다는 점에서 그가 이 대화록 전문을 갖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국회의원도 아니었던 이가 어떻게 국가기밀을 입수해서 읽을 수 있었는지 당연히 밝혀져야 한다. 이 대화록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는 없다고 검찰이 2일 밝혔으니 국정원에만 있었다. 그렇다면 김무성 의원이 12월 14일 이전에 국정원으로부터 받았다는 뜻이니 댓글 공작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보여주는 중대사건이다. 권영세 주중 대사,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도 당시 같은 대화록을 갖고 있는 정황도 나왔다.
그러나 댓글 공작에 대해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등 이명박 정부의 전직들이 기소되고 수사도 이뤄지는 반면 남북정상회담대화록 유출은 김무성 권영세 정문헌 등 현직 3명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는 이명박 정부 인사들에게 대한 댓글 사건 수사에서 노무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대화록 '삭제'건으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지금 권력의 문제를 감시감독하는 것이 지나간 권력을 감시감독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김무성 의원은 친일 역사교과서를 대놓고 옹호하는 인상도 주고 있다. 그는 '새누리당 근현대사역사교실'을 만들어 친일 논조로 문제가 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집필한 공주대 이명희 교수를 초청하는 강연도 들었다. 이 교과서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의 근대화가 이뤄졌다고 본다. 일본군위안부조차 자발적인양 오인되는 일본 책의 사진을 베껴 넣었다. 그는 교학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한국의 근현대사 책이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를 다루지 않아서 문제"라고 했다. 일제 강점기에 한국의 근대화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일제 강점기에 근대화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아니'라고 말을 못한다면 역사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는 또 8월말 열린 새누리당 워크숍에서 그의 행적을 계속 비판해온 인터넷 매체의 기자 이름을 언급하면서 "기사 엉터리로 쓰면 두드려 맞는다"고 말을 했다고 보도됐다. 당시 술에 많이 취해 다른 일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친한 기자에게 악의 없이 한 행동이고 사과로 마무리된 일'이라고 말한 김무성 의원은 이 부분은 확실히 기억하면서 그렇게 말한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새누리당 집권 후 정치판이 어떻게 변모했는지 몰라도 공인이 언론의 비판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풍토라는 게 놀랍다.
종합해보면 그가 2인자든 아니든 국회의원으로 기본양식을 갖추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일제강점으로 한국이 얼마나 수탈됐는가, 얼마나 많은 양민들이 죽거나 조국을 떠났는가는 알아두기 바란다. 그가 정상회담대화록을 불법적으로 입수한 것은 아닌지 검찰은 수사로 확실히 밝혀야 한다. 불법과 몰상식의 굴레도 못 벗은 국회의원이 '실세'라는 이름 아래 일탈을 계속한다면 사회 전체에 불법과 몰상식이 판치게 될 것이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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