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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 3개월 안에 꼭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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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 3개월 안에 꼭 잡아야

입력
2013.10.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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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지독한 더위에 시달렸던 터라 아침저녁 쌀쌀한 바람이 반갑다. 하지만 통증 환자들은 찬 바람에 겁부터 난다. 추워질수록 통증을 심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골관절염, 강직성척추염 등의 만성 통증에 기온 저하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여럿이다. 통증은 초기부터 적극 치료해야 한다. 병에 딸린 어쩔 수 없는 증상이라거나 늙으면 아픈 게 당연하다 여겨 방치하면 나중엔 약도 소용 없다.

오래될수록 작은 자극에도 아파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걸 알리는 신호로서 통증은 꼭 필요한 감각이다. 그러나 없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아 있는 통증은 그 자체가 하나의 병이 된다. 이게 만성 통증이다. 국내 성인 인구의 10%가량이 만성 통증을 앓은 경험이 있고, 고령화로 점점 느는 추세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은 약 93%가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보고도 나왔다. 노인들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근골격계 질환의 유병률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한다. 대상포진과 당뇨병, 암 등도 만성 통증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으로 꼽힌다.

통증을 만성으로 보는 기준은 보통 3개월이다. 그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신경이 손상되는 등 치료가 어려운 상태(난치성)로 발전한다. 그러다 결국 약을 복용해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관절염 같은 병의 증상으로 생긴 통증일지라도 기간이 오래 지속되면 통증에 대한 민감도가 점점 증가한다. 시간이 갈수록 더 작은 자극에도 전기가 통하거나 칼로 베는 것처럼 아프다고 느끼게 된다는 얘기다. 삶의 질 저하는 말할 것도 없다.

통증은 또 그 자체가 몸에 큰 스트레스로 작용해 내분비계에 이상을 일으키거나 교감신경계를 비정상적으로 작동시킨다. 많은 통증 환자가 열감기에 걸렸을 때처럼 화끈거리는 느낌을 호소하는 게 이 때문이다. 통증이 오래가면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그래서 감기를 비롯한 각종 질환에 취약해지거나 암 환자의 경우엔 암세포가 더욱 빨리 자라게 된다. 통증을 방치하면 병에 더 잘 걸리거나 병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손발 자르는 것보다 더한 고통도

의학에서는 통증의 정도를 0~10의 점수로 매긴다. 손톱으로 살을 꼬집혔을 때, 주사바늘이 피부를 뚫고 들어갈 때 느끼는 정도가 각각 통증 점수 2와 3에 해당한다. 이 정도는 경미한 통증이다. 벌에 쏘였을 때 느끼는 정도(점수 4)부터는 중등 통증이고, 아기를 낳는 고통(8)부터는 중증 통증에 속한다. 신경계 이상으로 생기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8 이상)은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자를 때보다 더한 아픔을 느낀다.

경미한 통증에는 비마약성 진통제가 주로 처방된다. 환자가 습관적으로 먹게 되거나 지나치게 약에 의존하게 되는 위험, 투약 초기 부작용 등이 비교적 적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용량을 늘려도 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신장이나 간 기능이 나빠지거나 위장관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비마약성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통증이나 중등도 이상의 통증에는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도록 세계보건기구(WHO)는 권고하고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처럼 신경 손상으로 나타나는 통증에 보통 마약성 진통제를 쓴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하철원 교수는 "중독이나 부작용을 걱정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통증 환자가 (마약성 진통제 투약으로)마약 중독에 빠질 위험은 0.004%로 극히 미미하며, 구역질이나 변비, 졸음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도 대개 1주일 안에 사라진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이나 신경 주변 조직을 시술(신경차단술, 신경절제술)로 바로 잡기도 한다.

아픈데도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무턱대고 아무 진통제나 쓰는 통증 환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통증 약은 신장과 간 기능, 영양 상태 등에 따라 면밀히 따져 선택해야 약 의존도를 낮추면서 효과적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진통제는 환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감수성이 증가한다. 적은 양에도 잘 반응한다는 소리다. 따라서 초기엔 용량을 적게 쓰다 천천히 늘려가는 게 좋다.

특히 만성 통증은 투약 기간이 길기 때문에 환자가 약을 얼마나 규칙적으로 잘 쓸 수 있는지(순응도)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 교수는 "최근에는 먹는 진통제뿐 아니라 피부에 붙이는 형태도 나와 있어 매일 약을 챙겨먹기 쉽지 않은 환자들도 좀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증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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